초보 목공되다:지리산 목금토목공방

올리브색 독서대와 앉은 책상- 나의 첫 목공 작품

수심修心 2019. 4. 8. 16:00






올리브색 독서대와 앉은 책상

- 나의 첫 목공 작품-






       작년 늦여름...

     어머니 49재 막재를 마치고나서, 나는 지리산 기슭의 대안학교인 작은학교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길고긴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알츠하이머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곁을 거의 밤낮없이 지켰다. 

     어머니는 편한 곳으로 가셨을 것이다. 

     나의 자유를 되찾을 시간이다.


     산내면, 작은학교 공양간에서의 자원봉사는 오후 2시면 끝났다. 

     헌데 때마침, 학교 가는 길 언덕에 위치한 목금토 목공방이라는 곳에서 목공 기초교육을 시작한다 하였다.

     전라북도와 남원시가 지원하는 사업인데, 55세 이상이면 준회원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하였다. 

     수강료도 재료비도 없었고...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오후에 있었는데, 내가 산내면에 내려간 그 주에 마침 첫 수업을 시작하였다. 

     경기도 죽전 집에서 오랫동안 답답한 삶을 살던 내게는 행운이 따른 기회였다!

     나는 이 목공 수업을 4개월 동안 받았는데, 마지막 보름간은 심지어 용접 수업까지 매일 받았다.



     첫 수업 시간!

     목공소는 상당히 넓었고, 목공 재료로 쓰일 나무들이 한켠에 가득 쌓여있었으며, 나머지 공간에는 온갖 목공 도구, 작업대 등이 들어서 있었다.

     십여 명의 교육생과 두 분의 선생님, 젊은 스태프 몇 명이 의자를 둥글게 놓고 모여 앉았다. 

     모두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함과 동시에 목공 일을 배우고자 하는 이유를 말하였다. 

     집을 지니고 산내에 거주하는 학생(교육생)들은 대개 자신의 집을 수리해 보았거나, 사는데 필요한 목재 소품들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다. 또한 그중에는 농사철에는 농사짓고, 농한기인 겨울에는 집 짓는 현장에 가서 목수 일을 하며 집을 지어본 사람들도 있었다. 

     나 같은 진정한 초보는 몇 안 되었다.  

     

     "왜 목공을 배우려하십니까?"라는 선생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였다. 

     "저는 나무로 만든 제품을 참 좋아합니다. 

      길 가다가 나무 제품이 있는 가게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나무 제품들에 눈길이 저절로 가지요. 

      그래서, 다음 다음 생 언젠가 한 번쯤은 나무 다루는 목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헌데, 그 꿈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지는 몰랐습니다.

      나무 원자재들이 잔뜩 쌓여있는 이 목공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후 4개월 동안 일 주일에 한 번씩 나는 목금토 목공소에 가서 수업에 참여하였다.  

     독서대 2개(하나는 지역사회 도서관 기증용, 다른 하나는 개인용), 사진에 나온 앉은 책상, 교구장(마을 어린이집 기증용으로 21조로 만들었음), 흰색 접이식 찻상 등을 만들었다.  


     교구장이란 어린이집에서 장난감 등을 정리하는 장인데, 같이 작업하던 초보 목공이 추진력 갑이라 혼자라면 오래 힘들게  만들었을 작품을 쉽게 빨리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접이식 찻상은 접이식으로 만드는 다리 부분의 각도 등을 면밀히 체크하면서 해야 하는 일이라, 자상한 전문가이신 봄바라기 선생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었다. 


     말했다시피, 마지막 달인 4개월째에는 목공소에 용접 수업까지 개설되었고, -얼떨결에 느닷없이!- 나는 용접 수업도 듣게 되었다. 

     용접 마스크를 쓰면, 눈앞에 오로지 용접 불꽃이 튀는 모습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 

     불꽃이 눈앞에서 튀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용접 마스크를 쓰면 오로지 용접 불꽃에만 집중해야 했는데, 세상에 불꽃과 나 뿐인 듯한 그 순간이 좋았다. 

     눈앞에서 튀는 불꽃은 좀 두렵긴 했지만 신비로웠다.


     하지만, 용접 수업이 진행되면서, 잘못 용접한 부분, 우툴두툴한 부분 등을 전기 그라인더로 갈아내야 하는 등 작업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졌다. 

     정신을 고도로 집중하여 온 몸으로 그라인더의 센 진동을 제어해야 하는 점, 게다가 배워도 배워도 서툰 나이기에 감수해야 하는 위험 부담 등... 용접은 내게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조그만 철제 의자 하나를 완성하기는 하였고, 나는 그것을 목공소에 기부하였다. 

     람천 건너편에 새로 짓고 있는 목공소가 새 봄에 완성되면, 새 목공소에서 쓰시라고... 

     (새 목공소는 이미 지난 달 말에 멋지게 완공되었다.)



     목공 수업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우리는 보통 하루 네 시간씩 작업하였다. 

     처음에 독서대를 만들 때는 모두의 작업이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으며, 진도도 엇비슷하게 나갔지만, 차츰 시간이 갈수록 교육생 능력에 따라 작품 모습도, 작품 진도도 많이 차이가 났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작품에 엄청 몰입하여 작업하였기에, 잠깐 허리 좀 펴는 시간에 다른 작업대에서 성큼성큼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보면, 연이어 감탄을 쏟아내곤 하였다. 

     자유 작품 시간에는 모두가 다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집 대문에 걸 우체통, 난로 재받이, 아궁이 앞에 앉아 불 땔 때 사용할 작은 의자, 그림 액자 틀, 사진틀(드론을 사용하여 지리산 다큐멘터리를 찍는 촬영 작가의 경우),  노트북 받침대 등을 만들었다. 또한 목공소의 젊은 스태프들 중 하나는 목공소에서 사용할 목공 도구함을 창의적으로 제작하여 우리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내가 목공소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스릴있던 순간은 바로 작품 재료로 쓰기 위하여 커다란 합성목 전기톱으로 자를 때였다

     가로 세로 각각 2m가 넘는 크기였다. 

     물론 선생님이나 스태프 중 누군가가 옆에서 든든히 잡주기는 하였지만, 그 큰 나무를 내가 전기톱으로 잘랐다는 사실이 너무나 근사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게 잘리네?" 

     이 느낌이라 보면 된다. 



     물론 나는 여전히 서툰 초보 목공이다.

     오죽하면, 교육 4개월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 접이식 찻상에 잘못 박힌 피스를 뽑아내고 다시 박는 내 모습을 바라보던 봄바라기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수심님!

      피스 박는 작업부터 다시 하셔야겠어요.

      다음 시간에는 다른 작품할 일이 없으니, 피스 박는 연습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공손히 "네."라고 대답하였다. 

     지금은 저렇게 능숙한 한옥 목수인 봄바라기 선생님도 처음 목공을 배우실 때는 피스 박는 연습만 6주 정도 하였다고 한다.

     봄바라기 선생님의 애정 어린 조언에 하등 이의가 있을 수 없었던 이유다. 

     비록 지금은 목공소를 멀리 떠나와 있지만, 언젠가 다시 목공소에서 목공 작업을 하게 되면 우선 피스 박는 연습부터 오래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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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착한 가격의 재봉틀 한 대를 샀다. 

     헌데, 재봉틀 집이 없어 재봉틀을 안전하게 보관, 이동할 수가 없다.

     하여, 참한 나무로 재봉틀에 딱 맞는 튼튼한 재봉틀 집을 만들고 싶다는 원이 생겼다.      

     작은 나무 손잡이가 달려있어, 보관과 이동이 편한 재봉틀 집! 

     목공소 교육을 받기 이전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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