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에 홀리다
-목공 수업 중...-
곡선 자르기...
사실은 그때까지 내가 배운 작업 중 제일 어려운 작업이었다.
헌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종이도 아니고 나무를 곡선으로 자르는 일...
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 작품이 끝나고 나서 시간 여유가 있는 날, 두 시간 내내 곡선 작업만 연습하기로 하였다.
봄바라기 선생님 등은 이 학생, 저 학생 작업 봐주시느라 바쁘셨다.
그래서 스태프로 와있는 스물세 살 경상도 청년 산이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착한 스태프 산이는 흔쾌히 도와주마고 하였다.
그리고는 목공소에서 작업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와 직쏘(곡선 자르는 기계)를 가져다가 자신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다
두어 시간 내내, 내가 묻고 묻고 또 묻고, 자르고 자르고 또 자르는 과정을 인내심 있게 차분히 지켜보며 도와주었다.
나를 백지 상태의 초보로 온전히 인정하고, 안전하게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산이 덕에 나는 차츰 직쏘로 곡선 자르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곡선 자르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딱딱한 나무를 직쏘라는 기계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모양의 곡선으로 자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였다.
내가 곡선 자르는 연습을 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은 산이 말고 한 명 더 있었다.
키 큰 젊은 스태프 청아.
청아는 예전에 캐나다에 가서 커다란 집짓기에도 참여해 본 전문 목수다.
청아란 '청춘은 아름다워'의 약자란다.
지리산 산내면, 인드라망 공동체에는 이렇게 활동 명을 가지고 활동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다.
목수 청년, 자상한 청아가 직쏘를 들고 나를 도와주며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수심님!
나무 위에 직쏘를 얹고 작동시킨 다음 잠시 그 모터 소리를 들어보세요.
왜냐하면, 직쏘를 작동시키고 바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하면 갑작스런 진동에 덜컹하며 나무가 흔들려 흠집이 날 수도 있거든요.
아셨죠?
직쏘를 작동시키고 나서 꼭 소리를 들은 다음에 자르기를 시작하세요.
그래야 곡선이 깨끗하게 나옵니다."
반드시 기계 소리를 잠시 듣고 나서 자르라...
목공 교육가가 학생에게 꼭 해주어야 할 이 말이 내게는 거의 시적으로 들렸다.
뜬금없을지 몰라도...
청년 산이는 앞으로 좋은 목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더더욱 좋은 목공 선생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인내심 많고 차분한 선생님을 나는 많이 보지 못하였다.
목수 청아는 나무 다루기의 달인이다.
그는 목재로 자신 앞에 있는 나무를 존중할 줄 안다.
그리고, 나무와 나무 다루는 사람을 연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곡선에 홀린 날...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곡선 연습 중 완성도가 가장 높았던 이 나무 조각은 집에 가져와서 흰색 실을 감는 실패로 잘 사용하고 있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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