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루에서 와선臥禪 하는
팔십 송이 연꽃
조계산 송광사.
4박 5일 일정의 여름 선禪 수련법회…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뉴스에서는 111년 만의 기록적인 무더위라 하였고, 남쪽 지방 어느 도시에서는 기온이 41도를 넘어서는 곳도 있었다!
한반도는 이제 아예 아열대 지방이 되어가는 듯하다.
게다가 조계산 송광사의 여름 더위에는 기온 외에도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인근 주암호에서 비롯되는 무겁고 끈적한 습기!
이 습한 여름 기온 탓에 스님들도 되도록이면 낮에는 방바닥에 누우시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습한 더위로 무거워진 공기 덕에 일단 등을 방바닥에 붙이고 나면 온 몸이 축축 처져서, 다시 일어나기가 몹시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템플스테이관의 엄청 넓고 시원한 방을 방사로 배정받았던 40여 명의 우리 여자 수련생들은 참으로 쾌적하고 기분 좋은 잠을 잘 수 있었다.
40명 훨씬 넘는 인원이 네 활개를 펴고 누워도 한없이 여유롭게만 느껴질 정도로 널찍한 방 덕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새벽 두 시 반에 기상하여 5분 명상을 한 뒤, 템플스테이관 앞에 줄 서서 집합한 뒤, 차수1)한 채 안행으로 사자루로 가, 빡빡한 일정의 수행에 참여하여야 했다.
일정 내내 묵언에, 이튿날부터 사흘간은 오후 불식!
게다가 해우소에만 가려 해도 두 명 이상이 모여 꼭 나는 기러기 모양의 안행을 하여야 했다.
여기에 하루 8시간 참선.
2시간 정도의 ‘수심결修心訣’ 수업.
게다가, 밥 먹는 시간에마저 발우공양의 전통적 예법에 맞춰 여법한 수행을 해야 했다.
마지막 날 오후에는 다행히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계산 포행이 잡혀 있었다.
감로암, 불일암을 거쳐 수심결 강사 스님이 주지 스님으로 계시는 광원암까지 모두 함께 걸으며 같이 체험하였다.
그중 특히 광원암에서는 마침 오전에 특별 행사가 있었다며, 기록적인 무더위 속 산행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시원한 수박, 우뭇가사리 미숫가루 등을 인심 좋게 무제한 내어주셨다.
그리고 송광사로 돌아와 저녁에는 단체 차담을 하며 그동안 못하던 얘기를 대중과 나누었고, 가히 선수련법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철야정진까지 마쳤다.
사자루에서의 철야정진을 마치고 나니, 새벽 2시였다.
대웅전에서의 새벽 예불까지 겨우 1시간 반이 남아있었다.
그때...
두 분의 법사스님 중 마이크를 잡고 수련회 대부분을 여법하게 이끌어 주셨던 수진스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새벽 예불까지 한 시간 남짓 남아있습니다.
걸어서 저 아래 템플스테이관까지 갔다 올 것 없이 여기 모두 누워 와선臥禪2)합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진스님은 사자루 불을 끄셨고...
그보다 더 재빨리 우리 모두는 와선에 들었다!!!
단언컨대, 1초의 망설임도, 사양도, 주저도 없이 80여 명 모두가 앉은자리 바로 그곳에 벌렁 누워 버렸던 것이다.
얼마나 원했던가?
얼마나 그리던 자세던가?
더위 푹푹 찌는 사자루에서 예불드릴 때도...
참선할 때도...
공양할 때도…
그 어떤 아름답고 선한 행동을 할 때에도…
우리는 그저 등을 마룻바닥에 대고 잠시라도 눕고 싶었다.
말을 정정하고자 한다.
우리는 가능한 한 자주 와선 하고 싶었다!
그만큼이나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이어지는 수련회 일정이 빡빡하였다.
그만큼이나 우리 모두는 잠이 부족하였다.
스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눕고 싶을 만큼…
돌이켜 보면…
수련회 일정 내내 우리가 수진스님의 지시를 제일 완벽하게, 신속하게 따른 순간이기도 하였다.
하기는, 강원 마치고 율원에서 공부를 이어 가시는 선한 성품의 수진스님은 수련회 말미의 윤좌 모임 때, 우리를 다음과 같이 칭찬해주셨다.
“수련생들이 제 말과 지시를 부처님 말씀처럼 잘 따라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처님 눈으로 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부처님으로 보인다 하였던가?
훗!
어쨌거나…
와선에 들어 몸이 비할 수 없이 편해지자, 나는 문득 궁금하였다.
도반들 모두가 한밤중 사자루에 누워 선정에 든(?) 모습이 어떨까?
하여, 컴컴한 어둠 속에 혼자 잠깐 일어나 앉았다.
법당 불을 다 껐으되, 도량 어딘가에 등불 한 줄기는 남아있어, 어슴푸레하게나마 사물이 다 보였다.
모두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입은 법복 그대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헌데, 커다란 사자루를 가득 채우며 도반들이 제 집처럼 편안하게 누워 잠든 그 모습이 내 눈에 참 아름답게 보였다.
마치 팔십 송이 연꽃이 사자루라는 연못에 가득 피어나는 듯하였다.
수련회 내내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묵언 지키며, 안행하며, 바른 자세 유지하며, 성실하게 꼿꼿이 수행한 도반들이었음을 잘 아는 나이기에 그리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한 예를 들어, 내 바로 오른쪽 줄의 보시반 8번 진우는 아직 나이 어린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출가 수행자 못지않게 의젓하고도 침착하게 일정 내내 임하였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예외적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은 나는 바로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한 시간 반 동안 그야말로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하지만, 와선 중 꿈속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내 마음속에 살아있었다.
사자루에 핀 팔십 송이 연꽃의 고즈넉하게 아름다운 풍경은…
송광사 선수련법회이기에 가능했던 경험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수고하신 스님들, 직원들, 자원봉사자들에게 머리 숙여 고마움 전한다.
“여러분이 있어 가능했던 귀한 체험이었습니다.”
-수심修心
♣각주;
1)차수叉手: 두 손은 배꼼 앞에 모으고 서있는 자세.
2)와선은 누워서 참선하는 것을 말한다.
참선은 앉아서 하는 좌선坐禪, 걸으며 하는 행선行禪 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자세에서 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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