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원등이 빼곡히 걸린
봉은사 탑!
경자년 음력설이 다가오던 어느 날...
강남 봉은사에 기도하러 간 김에 새해 소원등을 하나 달았다.
마당 탑 주위에는 이미 오색 빛 수많은 소원등이 걸려있었다.
내가 받아든 종이등 밑에는 작은 보리수 잎 모양의 종이가 달려있었다.
소원을 적는 곳이었다.
이렇게 적었다.
'복과 지혜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불교 전문 용어로 복혜쌍수구족福慧雙修具足이라 한다.
'복과 지혜 양쪽이 다 가득하기를...'이란 뜻.
불교에서는 복만으로도 충분치 않고, 지혜만으로도 충분치 않다고 본다.
복과 지혜를 다 갖추어야 비로소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뜻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그런 바램을 적은 것이다.
등을 달고 나서 바로 찍은 사진은 글 맨 아래에 있다.
이 글머리에 올린 사진은 설명이 좀 필요하다.
봉은사에서는 매달 첫째 토요일에 제일 큰 법당인 법왕루에서 철야정진을 한다.
밤 아홉시에 시작하여, 새벽 예불이 시작되기 전인 4시경에 끝난다.
보통 지도 스님을 한 분 앞에 모시고, 40분 참선, 20분 행선(걸으며 하는 참선)을 한다.
열의가 있는 스님은 참선 실참에 대해 한 시간 정도 자세히 알려주시기도 한다.
잠시 밖에 나가서 신선한 바람을 쐬고 싶은 사람은 행선 시간에 조용히 나갔다가 오면 되고...
긴 밤을 꼬박 새며 거의 일곱 시간 가까이 대중과 함께 수행하는 것인데...
나는 이 철야정진을 참 좋아한다.
나는 정진 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커피를 두세 잔 연거푸 마신다.
절에 들어가기 전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들어가기도 하고...
정진 대중을 위해 법왕루에 마련된 믹스 커피 봉지를 뜯어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그 덕인지 밤새 거의 조는 일 없이 정신이 또렷하다.
나이 들면서 카페인에 민감해져서인가...
보통 때는 점심 때 이후로 커피를 마시면 다음 날 새벽까지 날밤을 새는 지라...
철야정진 날은 그 재미 하나가 더 추가된다.
낮밤 가리지 않고, 시간 보지 않고, 커피 맘껏 마시는 재미...!
철야정진이 끝나고 나서 30분 쯤 후인 4시 반에는 새벽 예불이 시작된다.
헌데, 반시간 후에 열릴 새벽 예불을 기다리느라 지루할 틈(?)은 없다.
이미 4시 경부터 스님 한 분이 목탁치고 경을 외우시며 도량석을 도시고..
바로 이어서 종루의 북이 우렁차게 울리고, 이어 종소리가 댕그렁~~~ 도량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나는 종소리, 북소리를 들으며, 새벽예불이 시작될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철야정진이 주말에 있어서인가...
새벽예불에는 주말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예불에 제법 많이 참석한다.
그렇게 정성을 다한 새벽예불이 끝나는 시각이 대략 5시 40분 경...
철야정진이 끝나는 깜깜한 새벽 4시경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가 절을 나설 방법이 없다.
또한, 워낙 집이 멀어서 봉은사 새벽예불에는 올 꿈조차 꿀 수 없는 나이다...
허니, 이 날은 손쉽게(!) 새벽예불을 볼 수 있는 행운의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 밤 아홉 시부터 새벽 여섯시 가까이까지 아홉 시간 가량 이어지는 예불과 참선 수행!
내게는 조계산 송광사쯤에나 내려가야 누릴 수 있는 복에 다름 아니다.
아!
글을 시작하며 말하려던 핵심은 아직 말하지 못했다.
위에 말한 철야 참선 정진 중...
행선 시간에 찬바람 좀 쐬려고 잠시 마당으로 나오는 내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바로 위 사진이다.
탑 주위에 빼곡히 걸린 소원등을 비추고 있는 색색 조명...
잠시 우주의 색색깔 별들이 봉은사 마당에 내려앉은 줄 알았다.
빛 잔치, 별 잔치, 소원등 잔치...
놀랍도록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하였다.
어쩌면 삶은 늘 우리에게 저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경들을 준비해놓고 있건만...
현실을 살기에 바쁜 우리가 안타깝게도 그 찬란한 풍경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 귀한 풍경 하나를 눈에 담았던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도 그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많은 소원등들은 정초 산림기도 7일째인 회향날!
스님, 불자들 모두 마당에 모여 소지하였다(태웠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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