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마음 한 자락 흘려 놓고…

수심修心 2013. 5. 16. 17:57

 

 

 

 

 

 

 

마음 한 자락 흘려 놓고…

 

 

 

나는 고타마 싯다르타다.

그 밤 나는 궁전을 떠났다.

 

 

수많은 고뇌의 밤을

뒤척이며 보냈어라...

하 많은 번민의 밤을

하얗게 새웠어라...

 

 

답은 하나였다.

답은 오로지 하나였다.

 

 

아버지의 궁에서 나가

새 길을 가리라.

아버지의 궁에서 나가

새 길을 가리라.

새 길을 가리라.

  

 

이제까지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길을

나는 가려 하노라.

내가 이 세상에 온 순간

아마도 벌써 정해 져 있던 그 운명을

따라야 하리라.

운명을 따라야 하리라.

 

 

마음은 이미 정해 졌는데,

마음은 진작 아버지의 궁전에서

천 리 만 리 떨어져 있는데...

 

 

아! 이럴까?

아! 내가 왜 이러지?

왜?

 

 

발걸음을 옮길 수 없다.

궁전 마부 찬나와 함께 궁을 나왔는데...

나와 버렸는데...

발길이 얼어붙었다.

 

 

당신 만은 영원히

강하고 젊으실 줄 알았습니다.

당신 만은 영원히

나이를 거슬러 사실 것 같았습니다.

세월 탓에 이맛살 주름만 늘어 가는 당신.

숫도다나왕, 나의 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젖먹이 아들 라훌라!

라훌라!

라훌라...

젖내 폴폴 나는 널 두고

집 떠나는 아비라...

 

 

입이 천 개인들 무슨 말을 하랴 !

마음속을 털어 얘기해 본들 젖먹이 아가

네가

속 마음 헤아려 줄 수 있으랴?

 

 

은애恩愛합니다. 그대.

연모戀慕했습니다. 그대.

야소다라, 그대.

                                                                                 

                                                                                 

 착하고 아리따운 야소다라.

곱고 부드럽고

단단하며 따스한 야소다라.

  

 

나의 아내, 나의 짝지!

궁에 두고 떠나는 내 아들의

젊은 어머니!

라훌라의 곁에서 온 정을 쏟아 부을

따사로운 어머니!

라훌라의 사랑 비를 홈빡 맞을

행복한 어머니!

 

 

가되 갈 수 없고,

접었으되 접을 수 없는 마음 한 자락...

가되 갈 수 없고,

접었으되 접을 수 없는 마음 한 자락...

 

 

그 마음 자취만 이 궁전 담 밑에 흘려 놓고,

나는 간다.

마음 한 자락 흘려 놓고,

나는 간다.

 

 

떠나왔는가 ?

나는

사랑하는 그들 곁을 떠나왔는가 ?

나는

따뜻한 둥지를 버리고 왔는가 ?

 

 

깨달았으면 하였다.

중생들 모두가

있는 그대로 온전한 부처임을 알았으면 하였다.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고...

그저 그렇게 하기만 하면 된다고...

 

 

나무 아래 홀로 이렇듯 척~ 앉아,

천 년을 움직이지 않을 듯 척~ 앉아,

거울 바라보듯 자신의 내면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고...

그저 그렇게만 하면 된다고...

 

 

그걸 알리고 싶었다.

그걸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밖으로, 밖으로

치닫는 생각을 되돌려,

안으로, 안으로

치열하게 파고들다 보면,

그저 그렇게만 하면,

특별히 깨달을 것도 없이

이미 자신이

깨달은 자임을 알게 된다고...

단지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그 뿐이었다.

 

 

지극히 단순한 그 진리를 모르고,

태어나, 병을 앓다가, 늙어,

결국엔 죽어 버리는 중생을

깨치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깨달음을 향해 가는 동안 나는

덜 먹고, 덜 입고,

벽도, 지붕도 없는 숲 속에서,

들판에서,

야생의 삶을 살았다.

아무 것도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몸에 익숙해 있던

왕자로서의 호화로운 삶을 더 많이 버릴수록,

마음은 비할 바 없이

너무도 고요하고 평화로워 졌다.

반평생 몸에 익었던

왕자로서의 편안한 삶을 더 많이 지울수록,

마음은 비할 바 없이

너무도 고요하고 평화로워 졌다.

 

 

입에 쓴 거친 음식 취하고,

닳아 빠져 너덜너덜한

천 조각들 걸치고,

들판 승냥이들과 이웃한 삶을 살면서

나의 내면은 서둘지 않고 침착하게

우주를 향해 열려갔다.

아득히 먼 데 있는 줄로만 여기고 있었던 우주를 향해

나의 내면은 열려 갔다.

 

 

그랬다...

원래부터 우주는 나의 내면 거기에

펼쳐 져 있었다.

순간의 달콤함을 즐기느라 진리에

눈 감고 있었을 뿐...

원래부터 우주는 나의 내면 거기에

펼쳐 져 있었다.

그저 내가 눈 감고 있었을 뿐...

다만 내가 눈 감고 있었을 뿐...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이 삶에서

붙잡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리...

실체 없는 삶에서

그 무엇을 붙잡으리 ?

 

 

집착하지 말고,

다 내려 놓아라.

너를 비우고 비우고

또 비워라.

 

 

그렇게 텅 비게 되면,

비로소 깨달을 지니라.

비워 버리면,

눈앞에 보일 지니라.

 

 

너는 또 나는 채울 것도 없이

이미 갖춘 존재였음을...

더할 것도 없이

이미 완전한 존재였음을...

 

 

가득 차 있음은

곧 빔이며, 비어 있음은

곧 가득 참이라.

이오,

공은 곧 색이라.

 

 

그랬다.

운명의 밤...

잊지 못할 그 밤

나는 카필라궁을 떠났다.

                                                                                

                                                                                  

나를 넘어 진정한 나에게 이르기 

하여...

나를 버린 바로 그 자리에서 진정한 나를 보기

위하여...

나와 남이 둘이 아닌 그 단순한 진리를 깨치기

위하여...

 

 

 

 

-수심修心

 

 

 

 

 

사진 설명:

2005년 봄,

화순 운주사에서 1박할 때 찍은 사진.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 대륙 카필라왕국에 마음 한 자락 흘려 놓으시고, 출가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훨씬 훗날...

해동 전라남도 화순 운주사에는 강줄기 따라 강물 흘러가듯, 산줄기 따라 탑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