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젊은 나라
단기 사천 사백 년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나라
이름 하여
반만 년 역사를 가진 나라
지구촌에서 제일 나이 많은 나라
중의 하나- 그 이름 한국이니라.
험한
과거 헤쳐 나오며 역사의 숱한
부분이 혹 파괴되거나
혹 묻혀 버렸으나...
여전히 심심찮게
이따금 놀랍게
반도 작은 땅 여기서
저기서
흙먼지에 묻혀
숨 막혀
하던 유물 조각들이
그 옛날 영화榮華의 증거품들이
빼꼼! 살짝!
말끔! 깜짝!
“나, 여기 있다!”
하며 얼굴을 내밀더이다...
헌데,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
꼭두새벽
서울 한복판 길거리에서는
동북아 역사의 그 뜨거운 현장에서는
캬~! 손끝 여문 도공이
어제 종일 땀 흘리며 빚어낸
햐! 불가마에서 막 바로 꺼낸
청자 같은
백자 같은
풋풋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옳거니!
맞거니!
이 나라는
지금 막! 새 역사를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거니!
낡고 오래 된
역사를 “살기 힘들어
나는 모르네.” 팽개쳐 두니 스스로
저절로
썩어
발효된...
지구촌 그 어디서도
지구촌 역사 그 어느 순간에도
맡을
수 없었던 싱그러운 삶의 내음을
풍기는 중이라나
뭐라나...
옛 것을 바탕으로
하되, 슬쩍 봐서는,
심심풀이로
흘깃 봐서는,
옛 자취가 그다지
느껴 지지
않는...
온전히
새로운 무엇! 온전히
싱싱한 에너지! 온전히
풋풋한 아름다움! 온전히
창의적인 멋! 온전히
눈부신 세계!
바로 그 세계!
거기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오래 된 젊은 나라.
늙을 만큼
늙어 보았기에
다 버리고 젊은 나라.
나이 먹을 만큼
먹었기에,
하여, 담담한 마음 되찾았기에,
첫 쪽부터 새로 써내려가는 나라.
쉽사리 믿기지 않을지니라.
쉽사리 상상하기 힘들지니라.
하지만, 앳되고 상큼한 향기 뿜는 나라.
오래 된 젊은 나라...
여기 오면 볼 수 있느니라.
-수심修心
♣사진 설명:
이번 여름 서울 외곽 남동쪽에 있는 남한산성에서 찍은 사진들.
조선조 인조 임금 때인 1624년의 축성 초기부터 최근 몇 년 전의 개보수로 새롭게 태어나기 까지 근 사 백 년 가까운 동안의 성곽 조성 기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남한산성은 그래서 성곽 둘레길을 걷는 내내, 구역에 따라 옛 석공(옛 그대로 남아있는 구역)과 현대 석공(무너져 새로 손을 본 구역)의 손길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더구나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남한산성 자리에 하남 위례성을 축조한 것이 기원 전 6년인 백제 온조왕 때라고 하니, 한반도 역사 중 기원 후 이 천년에 걸친 시간의 숨결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인가?
내 눈에는 오래된 담,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그때그때 보수된 담들이 가로로 또는 세로로 자연스레 연이어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또한, 세월이 만들어낸 담의 색깔들- 진회색, 연회색, 밤색, 살구색, 흰색 그리고 진녹색(이끼 낀 곳) 등이 어우러진 담담한 빛깔의 조화가 그 어떤 추상화보다도 더 격조 있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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