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열정으로 새벽을 열다- 조계산 송광사 예불

수심修心 2013. 10. 2. 17:00

 

 

 

 

 

 

열정으로 새벽을 열다

-조계산 송광사 예불-

 

 

 

 

 

      블로그 글에서 몇 번 밝혔듯. 나는 2005년부터 매년 조계산 송광사에서 몇 주 정도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대대로 16국사가 배출되어 승보종찰1)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내가 만난 수많은 자봉들이 입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송광사에서 지내는 하루 하루는 복 받은 고마운 시간들이라고...

      내 생각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그 송광사의 하루 일정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새벽 예불이다.

 

 

      대개의 한국 절에서와 마찬가지로 송광사의 아침 예불은 새벽 4시에 시작된다.

      헌데, 그에 앞서 이미 3 경에 강원 스님 한 분이 캄캄한 어둠을 뚫고 도량 전체를 돌며 도량의 대중들을 깨우는 도량석이 있다. 도량석을 도는 스님은 손에 들고 치는 커다란 목탁 소리에 맞춰 경을 외우며 천천히 걸어서 도량 전체를 한 바퀴 도신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사찰식의 품격 높은 자명종이라고나 할까? 이 도량석 도는 소리를 듣고, 강원 스님들은 물론 요사채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불자 등의 대중들도 잠자리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도량석이 끝날 시점...

      도량석 목탁 소리의 바통을 이어받듯 이번에는 대웅전(정확하게는 대웅보전)에서 새벽 종송이 시작된다. 대웅전의 법당종 앞에 놓인 좌복 위에 두 무릎을 꿇고 반듯이 앉아 도량석 끝나기를 기다리던 강원 스님 한 분이 종을 치며 종송을 읊으시는 것이다. 이 종송 소임은 강원 학인 스님들이 며칠 씩 돌아가며 맡아 하시는 것 같은데, 보통 <천수경>의 첫 구절로 시작된다.

      “무상심심 미묘법  無上甚深 微妙法

        백천만겁 난조우  百千萬劫 難遭遇...

       (가장 높고 미묘하고 깊고 깊은 부처님 법

        백천만겁 지나도록 만나 뵙기 어려워라...)”

      시조를 외우듯 느릿느릿, 낭랑하게 그리고 무덤덤하게 큰 규모의 아자방亞字房2)인 대웅전 전체로 퍼져나가는 이 구절이 시작되면 종송을 들으며 108배를 하던 나의 가슴 속 무엇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수경> 구절 뒤에 종송 맡은 스님이 독송 또는 암송하시는 구절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청산첩첩 미타굴

        창해망망 적멸궁

       (겹겹으로 푸른 산은 아미타불 법당이오

        아득하게 넓은 바다 적멸보궁 도량이라.)”3)

      절을 계속 하면서 특히 이 부분의 종송이 귀에 들리면, 파도치듯 나의 내면이 흔들린다.

      왠지는 잘 모르겠다.

      뜻도 소리도 다 아름다워서인 것 같기도 하고... 

      뭔지 모르게 아련한 느낌...

      구슬픈 듯하면서도, 초연한 느낌의 이 구절을 들을 때마다, 나의 존재가 대자연 속으로, 나아가서 전 우주로 확장되는 느낌을 받아서인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장엄염불 후렴>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 부분은 종송에 존재 전체가 ‘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고 아름답다.

 

      종송이 계속 되는 동안 강원 스님들이 한, 두 분씩 법당에 들어오신다.

      그리고는 각자에게 정해진 자리에 깔려있는 좌복 위에 자리를 잡은 다음 108를 시작하신다. 이때 물론 신도들도 들어오는데, 법당 중앙에 정해진 스님들 자리의 오른 쪽 또는 왼 쪽 양 편에 깔린 좌복에 하나 둘씩 자리를 잡고 앉으며, 절을 하거나, 말없이 참선을 한다.

 

      법당의 종송도, 그곳에 모인 대중들의 108배도 얼추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이르러, 갑자기 법당 앞마당 건너편의 종고루鐘鼓樓에서 종두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치는 장엄한 범종 소리가 “댕~댕~” 들리기 시작한다. 이 소리는 종고루 맞은 편, 대중들이 이미 많이 모여 있는 대웅전 문들에 부딪혔다 되돌아가며 더욱 궁글고 무게감 있는 소리로 바뀐다.

      범종 타종이 끝나면 법고 타고打鼓4)...

      법고 소리 역시 범종 소리와 마찬가지로 대웅전 문들에 부딪혔다 되돌아가며 더욱 웅장한 소리가 된다.

      이윽고, 목어와 운판 두드리는 것을 끝으로 종고루 아침 의식은 끝난다.

 

     종고루 의식이 다 끝나고 나면, 종두 소임을 맡은 스님들도 대웅전으로 들어오신다.

     그때 모인 대중 모두는 예불 집전 스님이 내리치는 3번의 죽비 소리를 신호로, 10여 분간 고요한 참선 시간을 갖게 된다..

 

      여기서 잠깐 이 시각 송광사 전체 모습을 살펴보면, 대웅전에서보다 하루 기도가 더 일찍 시작되는 곳이 있다.

      바로, 대웅전 뒤에 위치한 선원이다.

     송광사가 승보종찰이기에 예외적으로,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보다 더 높은 지대에 건축되었다는 선원에서는 이미 하루 기도가 시작되었다. 깜깜한 밤중부터 환히 불을 밝혀 놓은 그곳에서는 선원 스님들이 참선을 하고 계신 것이다.

      그리고 대웅전 밖에서 대웅전을 바라볼 때 큰 법당의 오른 쪽에 위치한 지장전, 왼 쪽에 위치한 관음전은 물론 그 밖의 전각들인 승보전, 영산전, 약사전 등에서도 대웅전과 동시에 새벽 예불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다시 대웅전으로 돌아와 보면, 새벽 예불은 이와 같이 한 시간 가까운 사전 의식 절차가 다 끝난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널리 알려진 얘기겠으나, 송광사 새벽 예불 시간에 강원 스님들을 비롯한 대중들이 천수경, 반야심경 등을 입 모아 독송하는 소리는 정말 압권이라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송광사에서의 경전 독송(암송)은 일반적인 독송 리듬보다 아주아주 느리게 진행되지만, 높디높은 천정 꼭대기까지 소리가 올라가 퍼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장엄하다.

 

      그런데, 송광사 새벽 예불을 얘기할 때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순서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이산 연선사 발원문> 낭독 시간!

      이 시간에는 강원 스님 한 분이 대표로 일어나서 두 팔을 앞으로 쭉 벌린 채 예스런 느낌이 나는 커다란 발원문 책을 펼쳐 들고 큰 소리로 낭송하신다. 나머지 대중들은 따라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스님의 발원문 낭독을 가슴에 새겨듣는다.

      듣기로는, 이 역시 강원 스님들이 차례를 정하여, 이틀 정도 씩 돌아가면서 낭송하신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거의 어느 절에서나 <이산 연선사 발원문>은 한글로 독송하는데, 이 발원문의 글 내용을 내가 아주 좋아하는 데다 더욱이 학인 스님이 그 글을 낭독해주시기에 새벽 예불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이산 연선사 발원문> 전체 내용이 다 보배롭지만, 그 중에서도 읽을 때마다 사무치게 아름다운 문장들이 있다.

      이를 테면...

      “내 모양을 보는 이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보리 마음5) 모두 내어 윤회고6)를 벗어나되[...]”

혹은,

      “나는 새와 기는 짐승 원수 맺고 빚진 이들

       갖은 고통 벗어나서 좋은 복락 누려지다.

       모진 질병 돌 적에는 약풀 되어 치료하고

       흉년 드는 세상에는 쌀이 되어 구제하되[...]“

등이 그것이다.

      발원문을 읽고만 있어도, 혹은 그저 듣고만 있어도, 그것을 읽고 듣는 잠시 잠깐 동안 만은 세상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다는 착한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그런 글인 것 같다.

 

      이렇게 총 40여 분 정도의 대웅전 예불이 다 끝나고 나면, 강원 스님들은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그런 후, 밖에 나가 신을 신으시고는 다시금 기러기 모양으로 줄을 선 채 안행雁行을 하여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강원으로 되돌아 들어가신다.

 

 

      여법하게 아름다운 새벽 예불이 끝나고 나서 우리 역시 요사채로 돌아오다가 보면, 강원 스님들은 쉬지 않고 바로 새벽 공부를 시작하신다.

      다 같이 큰 소리로 다시 한 번 <이산 연선사 발원문> 등을 암송하고는 각자 큰 소리로 이런 저런 경들을 독경하신다. 아직도 사위는 캄캄한 가운데 환히 불 켜진 강원에서 흘러나오는 경 읽는 소리는 참으로 이 세상 그 어떤 소리보다도 경건하고 아름답게 들린다.

     걸어가다가도 강원 스님들의 새벽 단체 독경 소리가 흘러나오면, 나는 혼자서 가만히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독경 소리를 한참 듣다가 요사채로 돌아가곤 한다. 저 먼 옛날의 그 시점부터 세월을 지나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바로 그 자리에서 간단없이 무심하게 계속되고 있을 소중한 소리... 그 소리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고마움을 느끼며...

 

 

      새벽 3시에 시작하여 아침 공양이 시작되는 6 직전까지 세 시간 가까운 동안 이어지는 송광사에서의 하루 시작 의식.

      석가모니 부처님께 예를 다하여 매일의 집중된 의식을 행하는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대가람에서 얼마마한 열정으로 하루의 문을 여는지 알 것이다.

      또한, 캄캄한 어둠 속의 그 두, 세 시간 동안 얼마큼 크고 밝은 긍정의 에너지가 이 가람을 가득 채우는 지도 알 것이다.

 

      혹 매일 매일의 어슷비슷한 일상에 지친 자가 있거든 조계산 그곳- 스님들의 치열한 수행 현장에 한 번 가볼 일이다.

      고요한 곳이 절이라고만 여기던 이라면 뜻밖에도 뜨거운 열정의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신선하고 강한 삶의 기운을 접하게 되면서, 불현듯 ‘나 안의 참 나’, ‘나 안의 큰 나’를 엿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수심修心   

 

    

 

 

 


    ※각주 

     1)한국 조계종에는 승보종찰인 송광사, 법보종찰인 해인사 그리고 불보종찰인 통도사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신라, 고려시대에 열여섯 분의 국사(國師: 나라에서 정신적 스승인 고승에게 내린 칭호. 참고: <다음 백과사전>)를 배출한 조계산 송광사는 승보종찰僧寶宗刹, (진리)의 말씀을 새긴 팔만대장경을 모신 장경각이 있는 가야산 해인사는 법보종찰法寶宗刹, 불사리(부처님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는 영축산 통도사는 불보종찰佛寶宗刹로 일컬어지고 있다.

     2)방고래를 한자 아(亞)자처럼 놓은 방.

       네 귀퉁이가 들어가 있어, 일반적인 사각형 방에 비해 섬세한 건축적 아름다움이 있다.

     3)한글 번역은 무비 스님이 운영하시는 <다음 블로그> "염화실"에서 옮겨왔다.

    4)한자말 그대로, '북을 치다'라는 뜻.

    5)도를 깨친 마음.

    6)윤회하는 고통.


 ♣사진 설명:

   2005년 여름 송광사.

  우화각羽化閣이 계곡 물에 비친 모습을 찍었다. 

  해가 뜬 후의 이 적요한 모습을 보면서 새벽 예불 때의 송광사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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