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폭포 소리 같은 조계산 송광사 계곡물 소리

수심修心 2013. 10. 11. 15:22

 

 

 

 

 

 

 

폭포 소리 같은

조계산 송광사 계곡물 소리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매 년 전라남도 순천의 승보종찰에 내려가 몇 주 씩 머물 때마다 종고루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북소리 못지않게 가람의 인상을 내 귓가에 강하게 새겨주는 소리가 있다.

     바로 조계산 계곡을 따라 “철철~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그것이다.

 

 

      일자 식 목조 건물인 송광사의 일반 대중 요사채 정수원正受院은 가람 규모에 비해서는 좀 작지만, 단아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실은 이 요사채 건물은 불과 몇 년 전 예전 요사채 자리에 새로 증축된 것이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곁의 강원과 시자실1) 그리고 창고가 있는 진한 갈색 목조 건물이 풍기는 예스러움에 잘 녹아들며, 전체적으로 차분한 가람 분위기에 조화롭게 어울린다.

      요사채의 길쭉한 한 면이 이처럼 강원 건물의 측면 출입구와 마주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 면은 계곡을 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요사채 방에서 나와 미처 열 발자국도 안 되는 곳에 계곡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요사채에서 계곡물소리가 잘 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랬던가?

      내가 처음으로 송광사 요사채에 머물던 날.

      한 밤중에 잠시 잠에서 깬 나는 커다란 물소리를 들으며, “아, 밤새 비가 오시고 있구나...”하였다. 하지만, 웬걸?

      새벽 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 보니, 땅 바닥은 뽀송뽀송하기만 하였다.

      비가 온 것이 아니라, 계곡물 소리가 워낙 커서 그런 착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송광사 첫 날 밤에만 그런 착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조계산의 가람에 내려가 요사채에서 잘 때마다, 나는 밤새 비가 오는 줄 알다가 새벽에 깨어나서는 사실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곤 했다.

 

     비 한 방울 오지 않은 날에도 이러니, 여름 장마 때의 계곡물 소리는 어떻겠는지? 

     그야말로 귀청을 때릴 정도로 크다. 계곡에 불어난 물로 인해 소리가 더 증폭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장마가 계속 되면서 조계산에 홍수라도 날라치면 절 마당 곳곳에 갑자기 큰 물 웅덩이가 생기고, 계곡 위에 걸쳐 놓은 나무다리가 물에 잠기는 것은 물론, 아예 계곡 자체가 범람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비가 하늘에서 뿌려지기도 한다.

     천만 다행히도, 조계산에 빼곡한 나무들이 스펀지 역할을 하면서 물을 재빨리 흡수해버리기에, 여간해서는 송광사에 홍수가 나는 일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큰 비가 내리고 나면 그 후 며칠 간 계곡물의 양은 더욱 더 풍부해지므로, 아닌 줄 알면서도 ‘폭포겠거니...’ 여기며 그 물소리를 즐기게 된다.

 

 

     여름 수련법회 자원 봉사 기간 동안...

     아홉 시 삼경종 소리가 난 후, 도반들과 큰 방에 불 끄고 누워서 듣는 계곡 물 소리, 혹은 캄캄한 새벽에 우연히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눈이 떠졌을 때 잠자리에 누워서 듣는 계곡 물 소리는 정말 말로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좋다.

      “콸콸콸콸~”

      “좔좔좔잘~”

      “졸졸졸졸~”

     마음을 시원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

     몸이 산골 절에 와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소리!

     하루 종일 심하게 고된 울력을 하여,

     자리에 눕고 나면 몸이 방바닥 밑으로 꺼질 듯 힘든 날에도,

     쉽지만은 않은 자봉 수행을 서정적인 체험으로 승화시켜 주는 소리!

     그것이 바로 송광사 계곡물 소리이다.

 

      헌데, 송광사에서 요사채보다 이 계곡물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 안에 위치한 사자루獅子樓.

      평상시 이곳은 특별 법문이 있을 때 빼고는 스님들만 드나드실 수 있다. 이렇게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인 곳이 사자루이지만, 수련 법회 때에는 예외적으로 수련생과 자원 봉사자들에게 개방된다. 낮에는 전 수련생들의 수련 장소로 쓰이고, 밤에는 여자 수련생들의 숙소로 쓰이기 때문이다.

     헌데 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사자루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침계루枕溪樓

     이름만으로도 미루어 알 수 있듯, 마당 쪽에서 보이는 일반 법당의 이미지와는 달리 계곡 쪽에서 보이는 침계루는 계곡 물을 베개 삼아 누워있다. 그러니 침계루, 곧 사자루에서 들리는 계곡물 소리가 요사채에서 듣는 소리보다 더 힘차고 아름다울 수밖에!

 

      여름 수련 법회 기간 중에는 수련생들과 진배없이 자원 봉사자들에게도 하루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송광사 측과 자봉 법사 스님2)들은 자원 봉사자들의 울력이 없을 때에 우리가 사자루에서 법문, 또는 참선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

      그렇게 자봉들이 울력 틈새에 잠시 잠시 허락받는 사자루에서의 배움과 수행 일정 중에서도 특히 좋은 것이 있다.

 

     그것은 저녁 공양, 저녁 예불 등의 일과가 다 끝난 늦은 시간대에 수련생들이 줄지어 앉은 사자루 뒤 쪽에 들어가서 한, 두 시간 좌복 위에 앉아있는 참선 시간!

      길고 긴 사자루 건물에 난 여러 개의 창문들 바로 아래 쪽 계곡 폭포(?)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큰 이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동시에 시원한 계곡 공기를 마시며 참선하는 것은 정말 아무 데서나 경험할 수 없는 신선하고 특별한 무엇이다.

      내게 나라 땅을 누빈 경험이 부족하니 단언할 수 없기는 하다. 그래도, 송광사 사자루는 한반도의 선방 중에서도 제일 멋진 선방 중의 하나일 것 같다. 

 

 

     그런데, 몇 해 전 여름에 송광사 계곡물과 관련해 안타까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해 여름에는 다른 해 여름에 비해 유난히 강수량이 적었던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지, 어쨌든 계곡물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몇 곳에서는 바닥의 돌들이 거의 드러날 지경이었다. 상황이 그러하니, 그 좋던 물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풍경도 전만 못하여, 가까이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발심한 스님들의 수행처인

송광사를 휘돌아 흐르는 계곡물이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먼 훗날까지도

늘 오늘처럼, 늘 지금처럼

폭포 같이 맑고 풍부하기를...

 

 




-수심修心

 

 

 

 

 

 

 

 ♣각주:

  1)사찰의 후원이라 부르는 공양간, 요사채, 창고 공간 등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원주 스님이고, 원주 스님의 업무를 도와드리는 행자님을 시자라 부른다.

     시자실은 시자 행자님의 업무 보는 공간을 일컫는다.  

  2)법사法師 스님은 지도 스님이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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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2008년 여름 송광사 계곡에 놓인 돌 징검다리를 찍었다. /


   글 말미에 붙인 사진 설명:

   이 글 올린 후인 20149월부터 이어졌던 송광사 장기 체류 시 찍은 사진.

   우화각 다리에서 왼쪽에 보이는 긴 건물이 사자루(침계루).

   침계루의 창문이 모두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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