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갖춘 마디의 그 무엇

스치는 눈매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인간애- 세월호 사고를 겪으며 달라지는 사람들

수심修心 2014. 5. 1. 18:35

 

 

 

 

 

 

 

 

 

스치는 눈매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인간애

-세월호 사고를 겪으며 달라지는 사람들-

 

 

 

 

     비 내리 난 월요일 오전...

     서울 남산 산책길을 몇 시간 걸었다.

     불과 몇 주 전 남산 전체를 화려한 꽃산으로 만들어 주었던 벚꽃, 진달래, 개나리, 이팝나무 꽃 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그 꽃들의 뒤를 이어, 흰색, 붉은 색 철쭉이 많이 피어 있었다.

     그리고, 깨끗한 물이 졸졸 흐르는 실개천 주변에는 뜻밖에도 -남산에서 만나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분홍빛 금낭화가 이곳 저곳 많이 피어 있었다. 초록빛 잎사귀 사이 사이에 주렁주렁 매달린 그 예쁜 금낭화는 많지 않은 빗속 산책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가 그 모습에 이끌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중년의 여성 산책객들 몇이 낮은 탄성을 올리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 금낭화 예쁘게 피었다."      

     때맞추어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남산 산책길의 나무와 꽃들은 반가운 물기를 받아들이며, 싱싱하고 푸른 숲으로 거듭 나고 있었다

 

     남산에서 내려온 나는 그길로 서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 쪽으로 걸어갔다.

     비 내리는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모두 조용하게 줄 서서 기다리다가, 분향소 준비 팀원이 말없이 건네주는 흰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단 앞으로 가서 헌화한 뒤, 장내 정리 요원의 지시에 따라 잠시 숙연한 가운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였다.

 

 

     그날 아침 내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 광역버스에 오를 때, 혹은 강남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탈 때, 운전기사 아저씨들은 눈을 맞추며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이후, 남산 공원을 걷다가 남측 산책길로 오르려던 나는 산을 가로질러 오르는 계단의 위치가 어디였는지 잠시 헷갈렸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뒤에서 걸어오던 30대쯤의 남자에게 묻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리로 올라가셔도 되는데, 길이 좋지 않습니다.

      저 앞으로 조금 걸어가시면, 편안한 계단이 있으니, 그리고 올라가세요."

     나는 친절한 설명에 고맙다고 하였다.

     눈을 맞추고 말하는 그 사람의 표정에서 길을 찾아 올라가는 상대에 대한 세심한 마음이 느껴졌다.

 

     남산을 내려온 후, 남대문 시장 근처의 큰 빌딩으로 잠시 볼 일을 보러 들어갈 때도 그랬다. 

     그 직전에 스마트 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으나, 바로 끊어져 받지는 못한 나는 스마트폰을 미처 배낭에 되 넣지 못한 채 손에 들고 있었다. 헌데, 건물 입구의 우산용 비닐 거치대에는 방금 전에 건물 관리 직원이 비닐 한 뭉치를 거치대에 집어넣고 간 듯, 입구가 펼쳐진 비닐이 없었다. 따라서 양 손에 각각 우산과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나는 비닐 한 장의 입구를 펼쳐 우산을 집어넣느라 약간의 시간을 지체하였고, 그때 마침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 두 세 명이 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평소 같았으면 그 잠시 잠깐을 기다릴 수 없어 뒤에서 조급증을 보였을 법도 한데, 조금 놀랍게도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재빨리 비닐 입구를 펼쳐서 내가 비닐 봉투에 장우산 넣는 것을 도와주었다.

     부드러운 말투로, "이렇게 하시면 돼요." 하면서... 

 

 

     그럴싸해서 그랬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눈매나 말씨에서 훈훈한 인간애가 느껴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 투성이의 엄청난 사고를 겪으며,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각성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귀하다는 것...

     살아있는 한, 작은 일도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새삼 이런 기본적인 가치에  눈뜨고 있는 듯하였다

 

     매일 매일이 그저 그렇게 시큰둥한 하루였던 일상에서 벗어나, 오늘의 순간 순간이 너무나도 귀중한 삶의 시간들임을 몸으로, 머리로 깨우치고 있는 듯하였다.  

     더구나, 세월호의 그 참혹하고 급박한 현장에서도 인간 본연의 자세를 고수하며, 자신이 할 일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전해 듣지 않았던가? 

     더구나, 그곳서 고맙게도 살아 돌아온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지 않은가?  

 

     그날 종일 내린 비가 땅에 스며들어 나뭇잎과 꽃들을 싱싱하게 만들어주었듯,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도 뭔가 촉촉하고 따스한 인간애가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였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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