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2001년 여름, 부처님을 사랑하게 되다

수심修心 2013. 4. 12. 10:56

 

 

 

 

2001년 여름,

부처님을 사랑하게 되다

 

 

 

 

 

-2001 9월 작성

 

 

       

 

       그랬다.

       젊은 시절의 나는 어리석고, 건방지게도 그랬다.

       우리 집에서는 외할머니, 어머니를 포함, 외가 식구들(여인들) 상당수가 절에 다니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맘 속으로 막연히 다짐을 해 두었다. '내가 만약 일흔~여든까지 살게 된다면,  그 때는 외가 풍습을 따라 불자가 되리라.' 즉,  절에 다니며, 불교 공부를 하리라고...

 

 

         그 후, 자라서 25세에 이른 나는 프랑스에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게서, 나는 프랑스와 유럽 전역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성당들을 많이 돌아보았다. 또한 프랑스 문학이 전공인 덕택에 선택의 여지없이, 성경을 읽고 예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생애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였다. 게다가, 주변에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은 거의 예외없이 성당 아니면 교회에 다녔다.

       이런 환경 속에 살던 나는 자의반, 타의반, '나의 종교'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프랑스 도착 후 몇 년은 빠리Paris 노트르담을 비롯한 성당에 자주 나갔다. 그래서, 부활절 축일 행사라든가, 크리스마스 전야 대미사 등에 참석하여, 참으로 고귀하고도 아름다운 경험을 하였었다.

       한 번도 세례를 받은 적은 없었지만, 예수님 그는 아름다운 사람, 진리에 눈 뜬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빠리에서 사는 동안, 내 삶의 중심에 거대한 산맥처럼 느껴지던 학문에 대한 맹목적 열정이 있었다면, 그 주변에는 새롭고 신기한 유럽 문화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삶의 전부였던 조국 땅을 떠나와 어느 한 곳 기댈 데 없이 적막한 마음이 들 때, 나는 도시 모퉁이 마다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었던 성당 문을 밀고 들어가곤 했다. 일단, 성당 안에 들어가면, 나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예수 고난상, 벽과 천장의 아름다운 색 유리를 쳐다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초 한 자루를 사서 켜 놓고 돌아 나오면,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

 

 

        1995년 말부가 다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 5년 넘게 사는 동안...

       나는 틈틈이 책방에 가서 선 채로, 혹은 책을 직접 사서 집에서, 불교에 관한 책들을 어느 정도 읽었다.지만, 여전히 불교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였다. 그저 부처님 되신 날 등 몇몇 이름있는 불교 행사 때 어머니를 모시고, 수원의 1) 가서, 법당 뒤 쪽에 앉아 예불에 참석하거나, 공양을 함께 하고 오는 정도 외에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우직하리 만치 변함 없이 간직하고 있던 마음 하나...

        그것은 바로, 세상을 하직하기 몇 년 쯤 전에(대체 그걸 어찌 알 수 있다고?) 불자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때도 전~혀 늦을 것 없다’는 듯...

 

 

       그러다 올해 여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의 내면에서 무슨 지진이라도 일어났던 걸까? ...

        불교에서 극락의 동의어로 치는 안양安養으로 이사 온 올 여름 어느 토요일 오후.

       생전 처음 구경 삼아, 수유리 화계사華溪寺 찾아 갔다.


       화계사 대웅전은 절 명성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자그마했지만,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대웅전을 마주보고 있는 대중방 툇마루가 썩 맘에 들어, 다리도 쉴 겸 그 위에 잠시 앉았다. 

        그리고는, 오랜 전통이 스민 대웅전 법당을 넋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대웅전 앞 뜨락의 고요한 평화 속에 빠져 잠시 졸았는지도...!

        

 

       그때 우연히도 저쪽에서 환하게 미소 띤 얼굴의 현각스님이 씩씩하게 걸어오시는 것 아닌가?

       처음 뵌 현각스님- 경남 영천 근처 현정사 주지로 가셨다기에 그 절에서 뵐 줄은 몰랐는데...

      

       하기는, 내가 지난 달 불현듯 화계사를 찾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 전에 현각 스님의 책을 읽은 후 줄곧, 그 절에 친근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였을 것이다(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현각 스님의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읽고 난 몇 년 전 겨울에는 세상을 다 버리고 절로 들어가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하였었다. 그때 그렇게 우뚝! 밀고 올라온 마음 본새를 그냥 따라 버렸다면, 게다가 내가 남자였다면, 아마도 지금쯤 스님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스님이 된다면, 비구승으로 대 자유를 얻고 싶다는 것이 당시 생각이었었다...)

 

       어쨌든 우연히 그렇게 화계사에 들렀다가 일요 법회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다음 일요일에 다시 화계사에 가, 화계사 신도가 되었다.

       화계사에서 처음 법회를 보던 날.

       고요한 얼굴, 인자한 목소리의 선덕 견향見香 스님 법문도 정말 인상 깊었고, 내친 김에 참석한 오후 참선 법회에서도 뭔가 참신한 느낌을 받았다.

       밝고 신선한 8월의 아침 햇살이 가득 차 있던 드넓은 대적광전...

       그 날 그곳에서의 법문 중 선덕스님은 다음과 같은 불교 이야기 하나를 인용하셨다.

 

 

       예전 어느 적...

       노스님과 갓 출가한 앳된 스님 한 분이 호적한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마침 두 분 앞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리따운 젊은 여인이 홍수에 불어버린 계곡 물 앞에서 망설이며 건너지도 어쩌지도 못하고 서 있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이를 보고 바로 상황을 파악하신 노스님은 주저하지 않고 젊은 여인을 덥석 들어 두 팔에 안으셨다. 

       그리고는 처벅 처벅 계곡 물을 건너가, 계곡 반대편에 여인을 내려놓으시고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물 이 편으로 돌아오셨다.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옆에 있던 젊은 제자 스님은 이 모든 광경을 놀란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때문에,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길을 가는 도중에도 내내 머리 속에는 그 장면들만 떠올랐다.

       '왜 그러셨을까? 

         왜 그러셨을까?...

        대체 스승님이 왜 그러셨을까?'


       궁금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젊은 스님은 호된 꾸지람 들을 것을 각오하고 노스님께 여쭤보았다.

       "스님!

        스님은 평소 제게 여인을 멀리 하라고 입이 닳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좀 전 개울가에서 스님이 하신 행동은 무엇입니까?

        말과 행동이 다른 스님을 제가 어찌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노스님은 잠시 가던 발길을 멈추시고, 복사꽃처럼 발그레 상기된 얼굴의 앳된 제자가 '에라, 모르겠다!' 냅다 던져 버린 질문을 고요한 표정으로 들어주셨다.

       그리고는 다시 뚜벅뚜벅 가던 길을 이어 가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직도 여인을 두 팔에 안고 있느냐?...

         나는 이미 다 내려놓았느니라."

       "..."

 

 

       아름다운 대적광전에서 삼각산의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며 들은 이 법문은 내 가슴 깊숙이 들어와 꽂혔다. 불교를 거의 모르는 나지만, 왠지 알 것 같았다. 불교가 뭔지...

       팔만대장경이 선덕 스님 이야기 한 자락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한, 내가 엄청난 진리의 세계로 한 발작 들어서고 있다는 본능적인 확신이 들며, 큰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냥 서두르지 않고 가리라.

        만나는 인연 따라 가리라.


        오는 인연 물리치지 않고,

       가는 인연 붙잡지 않고,

       그냥 그렇게 가리라...

 

 

       시절 인연이 오지 않았다면, 

'독화살 맞은 줄'도 몰랐을 나는

 아직도 미망 속을 

헤매고 있었을 것 아니던고?

 

 

 

 

        

                -수심修心

 

 

 

    

♣각주

  1)나중에 수원사로 명명됨.

 

♣글 가운데 삽입 된 사진 설명:

  2008년 여름 수련회 때 송광사 사자루 벽에 걸려 있던 걸개그림:

  <참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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