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강산 누비고 다니기

정겨운 고향, 서촌을 내려다보며 걷다 -서울 성곽길

수심修心 2014. 8. 26. 17:35

 

 

 

 

 

 

 

정겨운 고향,

서촌을 내려다보며 걷다

-서울 성곽길-

 

 

 

    

 

 

     인왕산이 이렇게 강한 기운을 뿜는 아름다운 산이었던가?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나, 인왕산 밑에 둥지를 튼 매동 초등학교를 다녔고, 그러고도 7년을 더 조선 시대 서촌이라 불렸다는 통의동에 눌러 살면서 인왕산을 아침, 저녁으로 마주 바라보았건만...

     몰랐다. 기껏해야 해발 338m의 나지막한 산인 인왕산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로 이루어진, 이리도 멋진 바위산인줄은...

     

     어렸을 때 더러 아버지와 그 산에 오르기도 하였다.

     또한, 초등학교 때 노는 시간에 친구들과 학교 뒷문을 통과해 산에 올라 학교 교정과 운동장이 보이는 곳에서 놀았던 기억은 어슴푸레 남아있다.

     그래도, 내 기억 속의 그 산은 그냥 자그마한 동네 산일뿐이었다. 

     사실, 어렸을 때 크고, 넓게만 보였던 동네 마을과 길도 훗날 장성해서 가보면 "이렇게 작은 마을, 좁은 길이었어?" 하고 놀라는 게 정상인데,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다.

     지난 세기 후반기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그 덕에 바위산이 예전에 비해 더욱 돋보이는 것일까? 

     어쩌면, 서울 성곽길을 복원하면서 성곽담이 완전히 살아나니까, 산의 규모와 자태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크고 멋져 보이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게다가, 군사 시설로 묶였던 일부 지역까지 다 개방되어, 산의 제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게 되어 그런 게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취재를 왔던 한 프랑스 기자가 강남에서 제 3 한강교(지금의 한남대교)를 건너다가 저 앞 편 남산 기슭에 층층이 빼곡히 들어찬 단독 주택들을 보고는 "Séoul pittoresque (수려한 서울 풍경)!"이라고 탄성을 올리는 기사를 썼다(어느 신문이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헌데 이번 여름 인왕산, 북악산 지역의 서울 성곽길을 몇 차례 걸으면서 내 자신이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왜냐하면, 직접 걸으면서 본 인왕산, 북악산 그리고 북악산 마루턱에서 바라보이던 북한산 능선의 흐름은 '수려한 서울 풍경'의 정수, 바로 그것이었기에!

     실로 놀라운 풍경이었다.

 

     성곽길을 걷는 내내 성곽 안쪽과 바깥쪽에서 파노라마 같은 경치가 펼쳐졌다.

     성곽 안쪽을 보자면, 경복궁 서쪽에 위치하여 서촌이라 불렸다는 곳에는 비교적 아기자기한 낮은 집들, 도시 중심부에는 나지막하고 고아한 자태의 경복궁, 광화문이 보였고, 그 뒤쪽에서 남산까지는 높은 빌딩군, 아파트촌들이 들어차 있었다.

     그런가하면, 성곽 바깥쪽에도 가까이 혹은 여기저기 멀리까지 나무 울창한 산들이 꽤 많이 보였고, 그러한 산과 산 사이 낮은 곳에 또는 산기슭에, 맞춤하니 아담한 동네들이 형성되어 있었다.    

     헌데, 산 위에서 그렇게 성 안팎을 내려다보니, 전체적인 도시 풍경이 조화로워, 서울은 콘크리트로 된 칙칙한 회색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이 도시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데다, 지난 몇 십 년간 도시 공원, 쌈지 공원 등이 구역마다 쏠쏠하게 들어선 덕일 것이다.

     한 마디로...

     인왕산의 바위산 풍경에 놀라고 나면, 가파른 북악산 높은 곳에서 바라보이는 잘 생긴 북한산 능선 등에 다시금 감동받는 그런 산행이 서울 성곽길 산행이다.  

 

     헌데, 이 글에서 얘기하고 있는 두 산은 서울 중심의 청와대 등 주요 건물을 품고 있는 탓에, 산행 중에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좀 특이한 장면을 보게 된다. 즉, 좀 걸었다 싶으면 나타나는 경비 초소들!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커다란 알림 표지판이 군데 군데 있어서, 정작 내가 찍고 싶었던 서촌 방향 풍경은 담을 수 없었지만...

     모든 일에는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는 법!

     바로 그 초소에 장승처럼 서있는 적지 않은 숫자의 젊은 의무 경찰들 덕에, 서울 성곽길은 아마도 전국에서 제일 안전한 산 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혼자 조용한 성곽길을 걸어도 치안이 잘 된 대로를 걷는 듯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짐작컨대...

     훗날 언젠가는, 청와대 등 민감하게 보호해야 할 건물들이 산 아래가 아닌 평지로 옮겨져서, 지금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인  경비를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서울 성곽길은 산행객들을 위한, 산행객들만의 호젓한 길로 거듭 날 터이다... 

    

     돌이켜보면, 474동안 융성했던 왕국 고려를 엎은 이 성계.

     그가 조선을 세우며, 새 나라의 도읍지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기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서울 성곽 건설이었다고 하니, 서울 성곽은 600년의 역사를 가진 축조물이다. 더구나 축조 당시에는 성안에 거의 단층 건물들만 있었을 테니, 15세기 전후 서울 성곽이 처음 세워졌을 때의 위용은 대단했을 것 같다...   

 

     인왕산에서 내려와 청운동 무궁화동산을 거치면, 윤 동주 문학관이 나오고, 게서 길을 건너면 바로 창의문(또는 자하문)이 나온다.

     우리 어렸을 때 자하문 아래에는 맑은 천이 흘러, 가족 물놀이터로 단연 으뜸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름만 되면, 거의 매 주말마다 자하문 밖의 제법 물이 풍성한 시냇가에 자리를 잡고, 물 덤벙! 수박 덤벙! 참외 덤벙!... 먹고 놀다 오곤 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잘 기획되어 보존, 전시되고 있는 윤 동주 문학관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따로 하기로 한다.)

 

     서울 시내 광화문 주변 어디에서나 보이는 청와대 뒷산 북악산은 평지에서 올려다보던 그대로 긴 삼각형 꼴이라, 올라갈수록 점점 더 숨이 찰 정도로 꽤 가팔랐다. 하지만, 북악산 마루 턱 쯤에 이르니, 성곽담 밖 저 멀리, 아주 인상 깊은 산의 능선이 펼쳐졌다. 북한산 능선이었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눈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듯, 아마도 관광객이지 싶은 젊은 서양사람 몇이 돌층계 위쪽에서 내려오면서, 주변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인왕산과 북악산은 기품 있는 산이다.

     이 산들은 그 기품과 자신감으로, 서울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주는 좋은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악산에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북한산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이, 설악산이나 금강산 어디 쯤 가져다 놓아도, 제 몫은 단단히 할 크고 멋진 산임이 분명하고...         

    

 

     끝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걷기를 웬만큼 즐기는 이 나라 사람이라면, 수도 서울 한 가운데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서울 성곽길을 한 번 걸어보아야 할 줄로 안다.

     걸어보면... 

     첫째, 서울이라는 도시가 원천적으로 얼마나 멋이 넘치는 곳에 터를 잡았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조선을 건국한 사람들이 도읍지에 얼마나 근사한 도성을 축조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도시 서울의 큰 틀을 좀 높은 곳에서 제대로 한 번 조망해보고 싶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서울 성곽길을 한 번쯤 걸어보라 권하고 싶다. 남산 타워의 유리벽 속에서 사방을 돌며 감탄하던 그때 그 느낌과는 다른 생생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유려하고 웅장한 산들에 둘러싸인 색다른 모습의 대도시...

     상상 속 그 모습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사직공원 내의 돌층계를 올라가 조금 걸으면,

금칠한 인왕산 호랑이 상이 나온다. 

게서, 인왕산 호랑이 상을 오른쪽에 버려두고 좀 더 가면,

서울 성곽길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나타난다.

 

 

 

 

 

 

인왕산 성곽길에 올라 좀 걸을라치면,

이와 같이

멋진 성곽길이 나타난다.

여기는 새로 보수한 부분이라 돌들 색깔이 뽀얗고 희다.

 

 

 

 

 

 

성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과

성곽 담 바깥에서 기운차게 자라는 소나무.

 

 

 

 

 

 

인왕산의 바위와 소나무가 얼크렁 설크렁 살고 있다.

 

 

 

 

 

 

인왕산의 제법 험난하고 좁은 바위길에서 내려다본

성곽길 초입 부분과 서울 시내.

 

 

 

 

 

 

비가 오던 이날, 잠시 날이 개자...

사대문 안의 빌딩, 집들 그리고 남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허공 속으로 몇 걸음 성큼성큼 걸으면 남산 타워에 닿을 듯하다.

서울의 내사산內四山 중 서쪽 산인 인왕산에 올라,

남쪽 산인 목멱산(남산)을 바라보다.

 

 

 

 

 

 

성곽길에서 아주 잘 보이는 인왕산 기차바위.

바위들이 기차 열차 칸처럼 줄줄이 연결되어 붙어있어 그리 이름 붙인 듯...

 

 

 

 

 

 

인왕산 성곽담.

경사가 심한 곳이지만, 

나무 계단, 돌계단 등이 맵시 있게 잘 연결되어 있어 오르내리기 용이하다.

더구나, 가파른 경사와 주변 나무들로 인해 풍광은 더 뛰어나다.  

 

 

 

 

 

 

위 사진에 나온 곳인데,

나무 계단과 소나무에 포커스를 맞춰, 수직으로 다시 잡아보았다.

 

 

 

 

 

 

인왕산 성곽의 가마니길(내가 붙인 이름).

가마니를 깔아놓아 인왕산, 북악산 부분의 서울 성곽길 중에서

제일 걷기 편한 곳이었다.

 잘 자란 나무들 구경은 덤!

 

 

 

 

 

 

인왕산 성곽길이 끝나 청운동으로 내려오니,

소담한 무궁화 한 그루가 반겨주었다.

여기서 몇 십 걸음 오르면, 윤 동주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비 오는 날, 청운동 무궁화동산...

무궁화 뒤쪽으로 물안개 피어오르는 북악산이 보인다.

 

 

 

 

 

 

청운동의 평지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북악산 오르는 입구에,

날렵하고 단단한 모습의 창의문(자하문)이 있다.

 

 

 

 

 

 

북악산 성곽담 사이로 보이는 서울 북쪽 풍경과 북한산 모습.

 

 

 

 

 

 

북악산 성곽길에서 제일 가파른 부분.

무더운 날에 가면,

머리 위에서 내리쪼이는 햇볕까지 가세해 숨이 턱에 찰 지경이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점점 압권이 된다.

 

 

 

 

 

 

북악산 성곽길에서 보이는 늠름한 북한산 실루엣.

그리고

북악산과 북한산 사이의 평화로운 마을.

 

 

 

 

 

 

북악산 마루턱을 지나 숙정문을 향해가면서,

길이 다시금 편해진다.

길바닥에 넙적넙적, 평평한 돌들을 깔아놓아,

직접 가보지 않아도, 쉬이 걷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저 앞쪽으로 구불구불한 성곽길 일부가 보인다. 

앞으로 가야할 길...

 

 

 

 

 

 

숙정문이 가까워지면서,

소나무 군락지 등 보기에도 좋고, 숲 향도 향그러운 곳들을 지나게 된다. 

 

 

 

 

 

 

숙정문 누각 안에 들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찍었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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