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 왜가리의 날렵하고 고고한 자세
-경기도 분당, 한여름 해 질 무렵-
며칠 전 해 질 무렵...
좀 걷기 위해, 오랜만에 탄천에 나갔다.
안 본 동안, 나무들도 부쩍 커진 듯했고, 냇가 풀들마저 곳에 따라서는 키를 넘을 정도로 훌쩍 웃자라 있었다.
수일 전 왔던 비 덕에 탄천 물은 출렁출렁, 넘실넘실...
얼마 전부터 아침저녁에는 좀 선선해졌지만, 계절은 아직도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게다가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와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냇가 식물들, 부는 듯 만 듯 살랑대는 시내 바람 그리고 걷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받으며 상생의 에너지를 창출해내는 듯 보였다.
구미 공원 근처쯤 다다랐을 때, 냇물 한가운데 물이 용솟음치며 내려오는 지점에 왜가리 한 마리가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회색, 흰색 세련된 색감을 뽐내는 깃털에, 인상적일 정도로 당당하고 고고한 모습이었다. 한참을 서서 보았지만, 왜가리는 마치 마음대로 사진 찍으라고 포즈라도 취해주는 양, 한참을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한 곳을 응시하고 서 있었다.
저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저 자신감은 누가 만들어준 걸까?
왜가리의 몸에 밴 저 침착함과 고요함의 비결은 뭘까?
신뢰...
스스로를 믿는 마음과 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믿는 마음...
아마도 그것이지 싶다.
인간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어, 세계 도처에서 온갖 불행이 계속되고 있는 이즈음!
땅 욕심이건, 민족 우월 의식이건, 사상 논쟁이건, 버리고 나면 그뿐일 마음 자락 하나를 버리지 못하여, 애꿎은 국민들만 하염없이 울리는 높은 자리의 그들...
그래서 더욱더, 저 탄천 왜가리의 움직임 없는 고요함이 눈길을 끈다.
저 침착함, 저 고요함을 닮고 싶을 뿐이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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