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그곳에...
-조계산 송광사
(2014년 9월 초~
이듬해 1월 말까지 체류 시)
(예외적으로 송광사 현지에서 씀.)
2년 동안 내려올 수 없었다.
그 대부분의 시간, 블로그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지난 9월 초...
더 이상은 그리움을 참을 수 없었다.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곳 송광사는 내게 꼭 시골 고향 집같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곳이다.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직원들, 언제 어느 해인가에 인연을 맺었던 강원 출신 스님들, 그리고 또 예전 언젠가 같이 울력하며 도반의 정을 나눴던 자원 봉사자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내려와서 새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만에 급속도로 가까워진 주변의 많은 사람들...
그들은 별 이유 없이 내게 잘해주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며, 시시때때로 돌아가면서 나를 웃겨주는가 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한다.
2시 40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밤하늘 별들을 헤며 대웅전으로 새벽 예불 보러 가는 길, 스님의 종송을 들으며 하는 108배, 거의 대부분의 대중이 이미 자리한 법당에서 법고와 범종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참선하기, 어른 스님들을 비롯한 학인 스님들, 불자들과 함께 올리는 장엄한 새벽 예불....
이미 여기까지의 일정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시간 이후의 일정이 무엇이 되었든 이미 복 받은 하루의 시작이다...
늘처럼 나는 공양간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주업(?)인 상차리기(간상看床) 외에도 야채 다듬기 공동 울력(채공菜工)에 참여하기도 하고...
시간이 나고, 몸의 기운이 남아있을 때는, 몇 년 전 멋지게 세운 산사 체험관 큰 건물에 내려가서 턱없이 부족한 일손을 보태주기도 한다. 도와주는 손 별로 없어도 temple stay 라는 큰살림을 홀로 묵묵히, 용감하게 해내는 젊은 포교과장님, 묘덕화의 무거운 어깨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고픈 마음에서...
세상 속에 뛰어들어보면, 세상에는 의외로 엄청난 양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또 내일도...
사찰도 하나의 세상이다.
이곳 송광사는 또 하나의 우주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 몇몇도 이에 대해 나와 의견을 같이 한다.
아, 이곳서 적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나면...
내가 본 아름다운 사람들, 내가 같이 일한 멋진 사람들, 이 산의 맑고 정갈한 공기, 숲 속의 아름드리나무들, 발밑에 구르는 작은 돌멩이에 보내는 애틋한 정에 이르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내야 할 것인가?
일단은 그저 순간순간을 살 것이다.
내 삶에 다시 한 번 주어진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들을 후회 없이 잘 보내고 싶다.
지금이야 원 없이 다 누릴 수 있지만...
예서 하산하고 나면, 또 언제 다시 이런 시간들을 살 수 있으리라는 기약이 없기에...
고맙다!
사람에게 고맙고, 삶에 고맙고, 먹는 음식에 고맙고, 흐르는 계곡물에게도 많이 많이 고맙다.
-수심修心
♣ 참고: 다른 글들과 달리 이 글은 예외적으로, 송광사 현지에서 2014년 10월에 작성하였다.
♣ 사진 설명:
늦여름 송광사 일주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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