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즉통窮則通
-목도리 석 장을 붙여 만든 숄로 추위를 건너뛰다-
-조계산 송광사
(2014년 9월 초~
이듬해 1월 말까지 체류)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름에 갖고 간 옷 몇 벌을 겹쳐 입으며 겨울을 나고 말았다.
물론,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어서는 한 도반이 빌려준 겨울 점퍼를 껴입기는 하였다.
그래도 나의 겨울나기 일등 공신은 젊은 친구 민지가 지난 가을에 선물한 베이지 색 스카프와 행자님, 원주 시자님이 추위 견디라고 각각 가져다주신 회색 겨울 목도리 두 개를 전부 이어 붙여 만든 위의 숄, 바로 그것이었다.
색깔도 조금씩 다르고, 두께도, 천의 질감도 다 다른 이 세 가지 물건을 하루 일과를 다 소화하고도 별로 지치지 않았던 어느 날 저녁에 손바느질로 붙여 만들었다. 그리고는 요사채 내 방의 대나무 걸이에 걸쳐놓고 사진을 찍었더니, 제법 괜찮아 보였다.
숄 제작(?) 다음 날 공양간 도반들에게 보였더니, 다들 멋지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었다. 매일의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걸치는 소품에 공들인 것을 갸륵하게 보아준 것이겠지만...
그런데, 숄을 실제로 어깨에 둘러보니 여간 따뜻한 것이 아니었다.
늦가을, 초겨울 즈음, 대웅전 새벽예불 시에 체감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추위- 마치 바람 휘몰아치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가림 막 한 장 없이 예불 드리는 듯한 그 쌩쌩 추위도 거뜬히 다 막아줄 정도였으니.,,
없으니 궁리하게 되더라,
필요하니 뭔가 만들어지더라...
뭐 그런 진리를 현장에서 깨닫게 되었던 계기이기도 하였다.
3년 전에도 송광사에서 백 일을 보내보았지만, 몹시 추웠던 그 겨울에 비해 이번 겨울은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조계산 전체가 흰 눈 속에 파묻힐 정도로 눈도 제법 왔었고, 예불 시 대웅전의 엄청 크고 무거운 문들이 심하게 덜컹댈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분 날도 많이 있었다. 허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날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새벽을 빼고는 그리 추운 줄 모르고 지냈다.
실상,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체질임에도, 한 겨울에 추운 산사 속에 푹 파묻혀 살기를 몇 번 하다 보니, 아예 몸이 추위를 무심히 넘겨버리는 체질로 바뀌고 있는 지도 모를 일!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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