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연꽃 불경 가방

수심修心 2014. 5. 2. 18:42

 

 

 

 

 

 

 

연꽃 불경 가방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하여...

       탁한 진흙에 뿌리내리고 피어나는 연꽃을 생각하다.)

  

        2년쯤 전에 짠 레이스 소품인데, 절에 갈 때면 항상 이 가방 안에 불경을 넣어가지고 다닌다.  

     가까운 절에 예불 드리러 갈 때든, 혹은 한 주일 내지 그 이상 예정으로 시골 절에 자원 봉사 갈 때든, 늘 불경은 이 불경 가방 안에 넣어간다.

 

     그런데, 방의 붙박이장 손잡이에 걸어놓고 사진을 찍어서 길이로 좀 늘어난 때문인지, 사진 상으로는 실물 크기보다 커 보인다. 원래 크기는 A4 용지 반을 접어 긴 쪽을 가로로 넣으면 좀 넉넉할 정도의 아담한 가방이다.

     다만, 끈 두개는 넓고 길게 짰다.

     왜냐하면, 내 경우 가벼운 가방이라도 어깨에 메는 것이 편한데다, 요즘 인기 있는 가방 끈은 넓고 길어, 유행에 맞추어 그렇게 한 것이다. 

     한편, 뭐 도안이랄 것도 없지만 굳이 도안에 대해서 말하자면, 진회색 수평 줄들 사이 사이에 분홍 연꽃을 조르르 가지런히 길게 연결시켰다.

     위에 말했듯 세월의 때가 묻기 시작한 것이니, 반짝반짝한 새 것의 느낌은 나지 않으나,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며 연꽃을 떠올리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터이다.      

 

     

     워낙 유명한 사찰이라 많은 사람이 가보았을 것이다. 

     조계산 송광사의 승보전 몇 발작 아래쪽에는 재래식 해우소가 있다.

     나무를 사용하여 전통적 기법으로 지어졌으며, 주조색은 자주색인데, 해우소 치고는 제법 큰 해우소이다.

     헌데 조금 특이하게도, 어쩌면 낭만적이게도, 이 해우소는 연못 한가운데에 들어서있다.

     따라서, 해우소 안으로 들어가려면,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 여러 개가 양쪽에 나란히 설치되어 있는 연못 위쪽 길을 지나야 한다. 그 끝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남자용, 여자용이 나누어 지게 되고... 

     여기서 오른쪽의 여자용 해우소 안쪽에 들어서면 오른쪽, 왼쪽에 각각 약간 빛바랜 느낌의 녹색 칠을 한 나무 문 몇 개가 있다. 각각의 칸을 가려주는 이 문은 위쪽에서 이만큼, 아래쪽에서 이만큼 뚫려있어, 각 칸의 독립성을 유지해주면서도, 해우소 칸 특유의 폐쇄 감을 많이 덜어준다. 가로로 된 빗장 역시 같은 녹색이다. 빗장을 밀면 문이 열리고, 들어가서 다시 밀면 문이 닫히는 구조인데, 뭔지 모를 향수를 느끼게 하는 정감있는 문이다.          

     그리고, 재래식이라는 말 그대로 독립 칸 안에는 아래쪽 가운데가 긴 사각형 모양으로 뻥 뚫려있다...

 

     그런데 바로 이 해우소 연못에 여름이면 연꽃이 피어난다.

     허니, 해우소에 들어갈 때도,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수도꼭지 물을 틀어 손을 씻을 때도, 연못에 어여쁘게 핀 연꽃들을 바라보게 된다. 

     물론, 자원봉사 일을 하며 해우소 조금 저쪽에 위치한 종무소와 해우소 이쪽으로 한참 가야 있는 후원(요사채, 공양간 등이 있는 공간) 사이를 오갈 때도 놓치지 않고 또 한 번 '흘깃!' 연꽃들을 쳐다본다.

 

     어느 여름, 수련법회 일을 하러 송광사에 내려간 날...

     도착하고 나서 잠시 후, 해우소 앞을 지나다가 오랜만에 본 연꽃을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수련법회 법사 스님 등을 하셔서 그 몇 년 전부터 잘 아는 강원 학인 스님 한 분이 "수심 보살님 오셨어요!" 하며 알아 보셔서, 돌아보며 나 역시 정말 반갑게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20대 중반의 그 젊은 스님은 해맑은 얼굴로 "올해도 빠지지 않고 오셨네요!"하며 우리의 해후를 반기셨다. 

 

     이 해우소 청소는 내가 9년 전 여름 처음으로 송광사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그때부터 (아마도) 지금까지 늘 같은 처사님이 하신다. 체격이 유난히 작으신 데다, 나이가 좀 있으시고,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말수가 적은 그 처사님은 (그전 언제 적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뵌 것만도) 십년을 하루같이, 한결같이, 묵묵히 송광사의 음지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신다.

     글쎄...

     글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어쩌면 해우소 처사님이 계절에 상관없이 일 년 내내 송광사에 피어있는 연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분이 들 때는 뭐라고 해야 하나?

     요즘에는 "아! 놔!" 이렇게 말하던데...

     내게는 송광사 재래식 해우소에 얽힌 추억만도 가지가지 많이 있다. 

     송광사 해우소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송광사가 너무도 그립다. 

     매년 여름 연례행사처럼 내려가던 송광사에 작년에는 아쉽게도 못갔었기에 더욱 더... 

    

     아! 블로그 글 쓰는 게 다 뭔지...

     아! 사는 게 뭔지...

     아! !~   

 

 

     연꽃 불경 가방에서 시작하여, 연꽃 핀 연못 안에 자리한 송광사 해우소를 거쳐, 해우소 청소 거사님까지!

     밖에는 봄비가 시원하게 내리시고 있다.

     며칠 후 부처님 오신 날에는 꽃들도 나뭇잎들도 물기를 머금어 싱싱한 자태를 뽐내리라...

 

 

 

-수심修心

 

 

 

 

 

 

 

 

 

 


♣사진 설명:

  해우소 처사님이 돌 징검다리에서 울력하시는 모습.


  위의 글을 쓰고 나서 이듬해 9월, 어느 맑은 아침이었다.

  축구 용어를 쓰면, 해우소 처사님은 사실 멀티 플레이어에 가깝다.

  송광사 경내에서 그때그때, 그분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시니까...

  글 올리고 나서 3년 후...

  처사님 울력하시는 사진을 덧붙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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