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심장을 깨워 봄을 부르는 강남 봉은사 법왕루 북 소리

수심修心 2014. 4. 9. 21:09

 

 

 

 

 

 

 

 

심장을 깨워 봄을 부르는

강남 봉은사 법왕루 북 소리

 

 

 

 

 

 

     지난 3월 말, 춘분을 며칠 앞두고 봉은사에 갔다.

     사시 예불에 참석하기 위하여...

 


     봉은사 제일 큰 법당인 법왕루에서 진행되는 예불에서는 특별한 날에 한하여 법당 북이 울린다.

     내가 갔던 그날은 수능 기도 입재일1)인 동시에 천도재2) 날이기도 하여 북이 사용되었다.

     북은 법당 한 가운데서 예불을 진행하시는 스님들 중 한 분이 치시는데, 낮은 좌대 위에 앉혀진 북 높이에 맞추느라, 좌복 위에 정좌하고 앉으신 채 북을 치신다. 확실한 것은, 웬만한 어른 어깨 높이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큰 북이 울려 나는 소리는 예불의 장엄함을 배가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전통 사찰의 법고루(종고루 또는 범종각)에서 새벽 예불과 저녁 예불 바로 전에 하루 두 번 울려 퍼지는 큰 북 소리가 예불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라고 한다면, 법당 북 소리는 예불이 거행되는 내내 불자들의 기도와 함께 한다. 즉, 스님들과 불자들이 불경을 외우고 염불하는 동안, 기도를 이끄는 부전 스님의 목탁 소리와 더불어 "덩쿵쿵쿵 쿵쿵쿵쿵~ 덩쿵쿵쿵 쿵쿵쿵쿵~ 덩더쿵더 덩더쿵더~ " 북 소리가 울려 퍼진다.

 

     봉은사 북 담당 스님은 체격이 호리호리한 젊은 스님이신데, 놀랍도록 힘차게 북을 치신다.

     북 소리에 넓은 법당이 쩌렁쩌렁 울리는 것은 물론, 울리는 북의 진동까지 마룻바닥을 통하여 대중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루고루 전달된다. 다시 말해, 대중들은 귀를 비롯한 온 몸의 감각 기관으로 북 소리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나는 타악기와 좀 인연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는 꼬꼬마 시절부터 초등학교 상급 학년 올라가기 직전까지의 수 년 간 무용소에서 고전 무용을 배웠다. 헌데, 이곳에서 춤 뿐 아니라 북, 장구, 소고 등을 배웠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타악기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남아 있었는지, 대학 강사를 하며 시간 여유가 좀 있을 때,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사물놀이 장구도 일 년 간 배웠다. 고작 일 주일에 하루, 오후 반 나절 정도 강습을 받았으니, 사물놀이 장구 치는 법이 무용 장구 치는 법과 다르다는 사실 하나는 익혔다고 할까...  

     이 와중에도 신기한 것은 무용소에서 북 등 타악기를 배운 것은 너무나 오래 전 일인데도 불구하고, 성장기에 배운 것이라 그런지 북과 장구의 장단이 아직 몸 속에 남아있다는 사실... 아마도 이 때문에라도, 사찰의 범종, 법고 울리는 소리나 목어, 운판 두드리는 소리에 내 속의 리듬, 내 몸에 배인 장단이 '좋아라!' 반응하는지 모를 일이다.

      불자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봉은사 법왕루에서 예불을 보던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법당 중앙의 북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나는 스님이 치시는 북 소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북 소리를 반드시 가까이서 들어야 더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 어쩐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내 경우에는 스님이 북 치시는 모습을 가까이서 뵈면서 소리를 들었기에 확연한 현장감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춘분을 코앞에 두고 있던 그날의 우리에게 법당 북 소리는 심장을 일깨우는 소리였다.

     추운 겨울 지내느라 다소 가라앉아 있던 심장을 깨워 봄을 부르는 소리였다.  

     이제 곧 봄이니, 일어나라고...    

     이제 곧 봄이니, 크게 숨 쉬라고...

     이제 곧 봄이니, 활기차게 움직이라고...

     이제 곧 봄이니, 밖에 나가 생명들이 움트는 것을 지켜보라고...

     이제 곧 봄이니, 두 팔 활짝 벌려 삶을 받아들이라고...

     봄이 일주문 밖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으니,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고...

     봄이 가슴팍에 품어 온 풋풋한 생명력을 받아들여, 순간순간 깨어있으라고...!

 

    

     바라건대...

     법당 북을 통해 여법하게 전해진 삶의 에너지, 그 밝고 강한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향되어, 이 세상이 더욱 좋은 곳이 되어지기를!

 

 

 

 

 

 

 

 

-수修心

 

 

 

 

 

 

   

♣각주:

  1)기도 시작하는 날.

  2)천도재薦度齋; 절에서 망자들(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의식.

♣사진 설명:

  위 사진: 봉은사 범종각 앞에 보랏빛 라일락이 소담하게 피었다.

               이 봄에 아직 꽃 핀 라일락을 보지 못하여 마음 한 구석이 뭔지 모르게 섭섭했었는데...

               이날 아침 범종각 앞에서 라일락에 대한 섭섭함 다 녹아내리다. 

               (범종각 뒤편 길 건너에 위용을 자랑하는 코엑스 건물이 보인다.)


  아래 사진: 법왕루 북.


                 북이 법당의 중앙에 자리하여 타고打鼓 되던 날에는 사진을 못 찍었다.

                 그 다음 기회에 갔을 때는 공교롭게도 북이 사용되지 않는 날이라, 저처럼 한 구석에 얌전히 정돈되어 있었다.

                 때문에 법당 북이 글의 주인공임에도, 좀 더 화려한 범종각의 북에 제목 위 자리를 양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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