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자안애어 慈顔愛語- 사랑스런 얼굴과 사랑스런 말씨

수심修心 2015. 3. 6. 15:49

 

 

 

 

자안애어慈顔愛語

-사랑스런 얼굴과 사랑스런 말씨-

 

 

 

 

 

-조계산 송광사

(20149월 초~

이듬해 1월 말까지 체류 시)


 

     지난 가을 어느 날, 아침 공양 후...

     강원 학감 스님1)이신 대경 스님이 대학생을 포함한 우리 자원 봉사자 세 명을 차담에 초대하셨다.

     위 책갈피는 학감 스님이 그날 아침  차담 시작할 때 우리 각자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신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기 좀 전에 미리 이 글을 써놓으셨다는 설명과 함께...

 

     사실, 내가 강원 안쪽의 강사 스님들 머무시는 곳에 들어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학감 스님 방은 예상보다 훨씬 널찍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스님께 절을 드렸다.

     절을 마친 우리가 좌복 위에 자리를 잡고 앉자, 스님은 손수 고차(쓴 차) 등을 끓여주시며 우리에게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다. 주로, 정치 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 도반이 밝은 미래를 열어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이었지만, 나이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따뜻하고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더구나, 대경 스님은 젊은 시절에 대만에서 수 년 간 유학하신 학승이시라, 그 분의 색다른 경험과 공부, 수행이 그대로 녹아있는 말씀이 세상을 보는 우리의 안목을 이만큼 더 넓혀주었다.   

 

     고맙고 따사로운 차담에서 학감 스님이 해주신 말씀 중, 특히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원 봉사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것이었다.


     스님의 말씀은 이랬다.

     자원 봉사자들이 사찰 곳곳에서 스스로에게 맡겨진 울력을 성실하게 행하는 것 못지않게, 사찰 어디에서건 방문객과 마주칠 때마다 사랑스런 얼굴, 사랑스런 말씨(자안애어)로 대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사찰에 들르는 내방객들 중에는 스님들과의 업연業緣2)인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같은 일반 불자들과의 업연이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누가 되었든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애로운 얼굴에 친절한 말씨로 대하라는 말씀이셨다.

     한 예로, 사찰 방문객들 중에는 이런 사람이 있었단다.

     세상살이가 너무 고달파서 이제 그만 모든 것에 마침표를 찍고자 굳게 맘먹고 호주머니 속에 독한 약을 지닌 채 절에 들렀다가, 어느 법당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정갈한 흰 고무신 한 켤레를 보고, 모진 마음을 내려놓은 경우... 

     흔치않은 예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말씀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그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사소한 몸가짐, 사소한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삶의 물길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놓을 수도 있다는 말씀...     

     그렇다. 

     한 사람의 상냥한 미소, 반듯한 몸가짐, 작은 배려가 전 우주에 따뜻하고 밝은 기운을 퍼뜨릴 수도 있으리라... 우주의 미세한 티끌 하나도 독자적으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없고, 삼라만상 모두가 보이지 않는 그물망으로 촘촘히 연결되어있다는 불교적 이치를 생각해보아도 그런 것 같다.       

 

 

     학감 스님이 주신 책갈피 뒷면에는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글이 쓰여 있었다.

     덧붙이자면, 책갈피 옆에 놓인 모과는 그 가을 송광사 마당의 모과나무에서 떨어진 녀석인데, 방에 놓고 좋은 향 맡으라고 키 크고 과묵한 젊은 스님이 내게 갖다 주신 것이었다. 

     송광사 모과 향은 요사채 선정실禪定室 내 방을 오래도록 향그럽게 해주었다. 


     겉모습은 울툭불툭해도 좋은 향을 지닌 모과처럼, 나도 주위에 향긋한 향을 퍼뜨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학감 스님의 감동적인 말씀을 들었기에 더욱 더 그렇게 되고프다.    

      

 

 

 

-수심修心

 

 

 

 

 

 

♣각주

1)학감學監 스님이란 스님들이 맡은 소임 중 하나를 일컫는 말.

   강원에서 공부 중인 학인 스님들의 생활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학감 스님의 역할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2)업으로 맺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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