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 늦가을 풍경
-한 박자 쉬어가는 곳-
-조계산 송광사
(2014년 9월 초~
이듬해 1월 말까지 체류)
위 사진은 송광사 농막 늦가을 풍경이다.
이 농막은 송광사 중심 건물들을 벗어나 화엄전을 지나 산 쪽으로 조금 오르다 보면 왼쪽에 나타나는 건물이다. 농막에서 몇 걸음 더 올라가면, 바로 언덕배기의 송광사 밭이 시작된다.
농막에서는 일꾼 처사님들 몇 분이 기거하신다.
얼마 전 글에서 잠시 언급한 배추밭 처사님도, 해우소 청소 처사님도 아마도 이곳에서 사실 것이다.
여하튼 정확히 몇 분이 사시는지는 모르지만, 그분들 모두가 거의 말이 없으시다.
그래서 더욱 더 이곳은 산을 오르다, 혹은 산 쪽으로 포행갔다가 내려오다 잠시 다리 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물이라고는 왼 쪽 앞 한옥 건물뿐이었다. 헌데, (사진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 건물에 거의 붙여서 그 비슷한 크기의 자그맣고 예쁜 한옥을 지은 뒤로는 그 건물이 일꾼 처사님들 숙소 건물로 쓰이고 있는 듯하다.
나는 바로 그 새 한옥 앞 툇마루에 잠시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보거나, 정면에 보이는 (실제로 보면 훨씬) 커다란 헛간에 들어가, 잔뜩 쌓아놓은 나뭇단들 사이를 이리저리 걸으며 친지들과 이런저런 소식들을 휴대전화로 주고받기도 했다. 또한, 날씨가 쌀쌀할 때는 넓은 마당에서 일하는 처사님들이 군불을 쪼이려고 피운 모닥불을 툇마루에 걸터앉은 채 무심히 바라보거나, 아예 내 자신 모닥불 주위로 다가가 잠시 곁불을 쬐며 일꾼 처사님들과 몇 마디 지나가는 말을 주고받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농막은 나에게 한 박자 맘 편히 쉬었다 가는 그런 곳이었다.
송광사는 물론 조계산 곳곳이 내게는 그지없이 편한 기도처이자, 울력하는 일터이자, 마음 쉼터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농막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지극히 편하게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
삶 속에서 한 박자 쉬어가는 곳...
나를 내려놓고 잠시 느릿느릿 살아도 좋은 곳...
혹, 근처를 지나다가 들르지 않고 그냥 가게 되어도, 거기 농막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느긋해지는 그런 곳...
어쩌면,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대도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처가 바로 이런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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