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갈루마 섬의
찐돌과 돌고래 스톰이 나눈 우정
찐돌은 조카 녀석이다.
이름 자에 '진'자가 들어가서 내가 붙여준 별명이다.
찐돌은 대학 졸업하고 나서, 서울 한 대학의 교수 연구실에서 사회 복지 관련 일을 담당하여 몇 년 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였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호주로 워킹 할리데이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하였다.
호주 동쪽 끝 섬 탕갈루마의 거대한 리조트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빡빡하고 반복적인 하루 하루, 탁한 서울 공기에 상당히 지쳐보였던 찐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볍고 환한 얼굴로 대자연의 섬 탕갈루마로 떠났다.
새로운 세계로의 기대감에 부푼 가슴을 안고...
그리고는, 예정되었던 1년 중 8개월 가량은 섬에서, 그 이후에는 육지로 나와 골드 코스트의 편의점 등에서 일하고 얼마 전에 귀국하였다.
찐돌은 호주에서의 마지막 1~2주일 간 호주 내부 사막 쪽으로 road trip을 다녀왔다고 하였다.
그 결과는 우선 외모의 색채 변화로 나타났다.
호주 사막의 여름 태양 볕과 모래바람이 원래 흰 편이었던 찐돌의 피부를 까무잡잡하게 만들어 주었고, 흑단 같이 검던 머리는 난데없이 야생의 느낌이 풀풀 나는 금발로 물들여져 있었다.
딱 보자마자, 내 입에서 장난으로 "어이! 호주 형!"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극적으로 이국적(?)으니까..
조카 녀석의 귀국 당일 저녁...
가족 여럿이 우리 집에 모여, 부산부산 시끌시끌한 재회의 시간이 지나고, 흥분도 좀 가라앉고 나자...
나는 옆에 앉아있던 찐돌에게 제일 궁금하던 사항 중의 하나를 물어보았다.
"탕갈루마 리조트에서 프론트 일 말고도, 돌고래 밥 주는 알바를 하였다며?
어땠니?"
"응, 좋았어."
찐돌 말에 의하면, 돌고래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해거름 쯤에 섬의 지정된 장소에 와서, 고래 밥 주는 일을 맡은 직원이나, 알바생들 앞으로 모인다고 하였다.
그것도 라인까지 맞추어!
헌데 내 짐작과 달리, 돌고래들은 리조트에서 키우는, 리조트 소속(?) 돌고래들이 아니라 야생 돌고래들이라고 하였다.
더구나, 그 돌고래들은 각자 이름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을 텐데, 대체 어떻게 어느 녀석이 어느 녀석인지 알아볼 수 있느냐는 내 질문에 찐돌은 이렇게 답하였다.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얼굴 등 모습이 조금씩 다 달라!
그리고 그 애들 중에는 어디에 긁히거나 하여서 이곳저곳에 상처가 난 애들도 있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알아보기도 하고...
얼마 동안 밥을 주다 보면, 누가 누군지 다 구별할 수 있어."
헌데, 돌고래 녀석들도 눈에 더 익고 덜 익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가 보았다.
"내가 밥 주는 돌고래 녀석 중에 스톰이라는 애가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스톰이 내 앞에 줄을 서지 않고, 다른 직원 앞에 가서 서 있는 거야.
며칠에 한 번씩 고래 밥 주는 일을 하던 나랑 달리 그 직원은 거의 매일 밥을 주니까 더 친근하게 느껴졌나 봐.
그래서 내가 '스톰! 스톰! 이리 와!'하고 그 아이를 내 앞 쪽으로 불렀지."
찐돌은 양 손을 쭉 펴서 얼굴 양 쪽에 대고 스톰 부르는 흉내를 제대로 내었다.
생생한 현장감이 물씬 나는 그 보고에, 넓디넓은 태평양을 누비며 사는 그 총명한 돌고래들의 모습을 내 앞에서 보는 듯하였다.
"고모!
그런데 매일 빠지지 않고 밥 먹으러 오는 돌고래들이 일 년에 하루는 오지 않는대."
"왜?"
"왠지는 몰라."
대체 돌고래 녀석들이 그 하루는 어디에 가서 무얼 하는 걸까?...
태평양 어드메 쯤에 일 년에 한 번씩 정해 놓고 돌고래들에게 만찬을 제공해주는 곳이 따로 있는 걸까?
찐돌과 돌고래 스톰이 태평양의 섬에서 나눈 순수한 우정!
사람과 돌고래 사이의 순도 100% 우정.
그 우정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푸른 파도같이 맑은 우정이 이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내가 찐돌에게 물었다.
"스톰 보고 싶지 않니?"
녀석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였다.
"보고 싶어!"
Storm~~~!
잘 지내라!
여기 우리도 이제는 너의 존재를 알고 있단다.
-수심修心
*사진 설명
몇 년 전 조계산 송광사에서 기도하며 머물 때 찍은 꽃무릇 사진.
꽃무릇은 상사화 相思花라고도 불리우는데,
꽃이 지고나야 잎이 피는 특성상 그리 불리운다고 한다.
꽃은 잎을 그리워하나 볼 수 없고,
잎이 꽃을 그리워하되 볼 수 없는
상사화의 애틋한 전설!
그리워하나 못 만나고 있는 찐돌과 돌고래 스톰의 현재 상황이 아닐까?
호주 태평양 섬에서 돌고래와 친구 먹으며 뱃속 편하게 살던 찐돌은
호주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언젠가는...!
정 많은 찐돌과 사람 좋아하는 돌고래 스톰이 다시 만날 날 있으리라...
4년 전에 쓴 글인데,
찐돌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놔두었다가,
지금에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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