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강산 누비고 다니기

북한강 철교를 건너 남으로, 남으로...- 비바람 휘몰아치는 남한강 길을 걷다

수심修心 2013. 12. 12. 18:10

 

 

 

 

 

 

 

 

북한강 철교를 건너 남으로, 남으로...

-비바람 휘몰아치는 남한강 길을 걷다-

 

 

 

 

  

     제목을 붙여놓고 보니, 흡사 육이오 전쟁 때 남하하던 피난민들의 이야기 같으나...

 

     지난 달 말, '오늘이 호랑이 장가가는 날 맞지...' 싶게 여우비 내리던 날!

     늦가을 정취 물씬 풍기며, 비오다 개다, 찬바람 불다 해나다를 반복하며, 날씨가 하루 종일 변덕을 부린 날!

     그날, 북한강 철교에서 시작해 양평 쪽으로 난 남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걸어 내려가던 상황이 정확히 위의 제목과 일치하였다.  

 

     그날 나는 중앙선 운길산 역에서, 양수역, 신원역을 지나 국수 역 까지 걸었다.

     전철로 따지면 딱 세 정거장, 전동차가 십 분이면 주파하는 거리다. 

     헌데 천천히 다섯 시간 반 정도 걸려 걸어 내려가는 내내, 비바람 몰아치다 잠깐 날이 빠안하게 개어 구름 걷히다를 반복하며, 남한강을 오른 편에 끼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갈수록 강변 경치와 하늘 풍경은 더욱 변화무쌍해졌다.  

 

    

     평일 오전 일찍 운길산 역에 내린 나는 강가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밝은 광장'이라는 널찍한 자전거 쉼터 부근에서 설치한지 얼마 안 됨 직한 나무 데크 층계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올라갔다. 올라서자마자, 와우~!

     눈앞에 북한강 철교의 늠름한 모습, 그리고 다리 근처 사방의 장엄한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철교 위를 걷기 시작하는데 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심지어는 바닷가 바람 못지않은 세찬 바람까지 불어 우산이 몇 번 뒤집히기까지 하였다... 

 

     북한강 철교는 한강에 놓여 진 다리에서는 볼 수 없는 녹슨 철교였다.

     헌데, 원래 회색으로 칠해졌던 다리 구조물 상당 부분이 녹슬어서 오히려 연륜과 품위를 느끼게 하는 그런 철교였다. 

     또한 튼튼하고 거대한 뼈대를 돋보이게 할 만큼 잘 생긴 외양을 지닌 웅장한 철교이기도 하였다.

 

 

     올라서자마자 걷는 나그네의 시선을 사로잡던 철교는 목재 바닥의 기나긴 다리를 다 건너갈 쯤에서는 '아뿔싸!' 그의 마음까지 홀딱 빼앗아버렸다. 

     왜 그랬을까?

     흡사 러시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찬 비바람 휘몰아치는 이국적 다리 풍경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리라... 

     사진 찍는 것은 고사하고, 중심을 잡고 걸어가는 일조차 만만치 않았지만... 

     마치, 머나먼 서쪽 몽골 땅에서 발원하여, 흑룡강이라는 이름으로 중-러 국경을 꾹꾹 밟고 흐르다, 마침내 러시아 땅으로 흘러들면서 아무르 강으로 또 한 번 이름이 바뀌며 동쪽 하바로프스크를 훑고 나서는, '풍덩!' 바다로 빠져 오호츠크해와 합류해버린다는 그 강- 길이만 해도 장장 4,500km에 이른다는 하바로프스크의 아무르 강 다리 위를 건너는 듯한 묘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물머리 섬 위를 지나게 되어있는 기나긴 북한강 철교 위에서 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남한강, 북한강 두 물이 한 물, 한 몸이 되는 풍경이 아스라한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설사 멀리까지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이들일지라도 상관없다. 그저 북한강 철교를 걸어서 건너고, 그 아래 두물머리 섬 여기저기만 천천히 둘러보아도, 현실에서 뚝 떨어진 듯한 경관을 즐기며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북한강 철교의 모습은 빼어났고, 두물머리 풍광은 드물게 아름다웠다.

 

 

     그런데, 북한강 철교가 이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오로지 사람과 자전거만 건널 수 있는 보도 전용교이기 때문이었다.

     북한강 철교를 걷다보니, 예전에 빠리 중심가인 1구에서 살던 시절, 쌘느강 좌안에 있는 수영장에 가기 위해 매일 아침 루브르 박물관 마당을 통과하여, 뽕 데 자르 Pont des Arts 를 오가며 걷던 기억이 떠올랐다.

     뽕 데 자르는 빠리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쌘느 강의 가운데쯤에서 도시의 좌안과 우안을 연결해주는 나무 바닥의 아름다운 보도교이다. 

     뽕 데 자르가 쌘느 강 우안의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루브르궁에 연결된다 하여 그렇게 이름지었다 한다. 루브르궁의 옛 이름이 다름 아닌 Palais des Arts(빨래 데 자르)였던 터라...

     물론 쌘느강 폭은 북한강 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좁다. 

     더구나, 뽕 데 자르는 우아하고 세련된 여성미 넘치는 다리인데 반하여, 북한강 철교는 씩씩한 근육질의 뱃사람마냥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다리이니, 둘의 겉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다만, 강 위를 걸어 건너면서 다리 주위의 풍광을 편안히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아마도 아름답고 폭도 넓은 한강 위에 놓인 숱한 다리 중에서 이렇다 할 보도 전용교가 없어서 더 옛 중앙선 철로를 손보아 만든 북한강 철교 길이 소중하게 느껴진 듯싶기도 하다.             

    

 

     인상적이었던 북한강 철교를 지나고 나서는 비슷비슷한 풍경이 계속 되었다.

     즉, 오른 쪽에 강을 끼고 걷다 산이 앞을 가로 막으면 터널 속을 통과하고, 터널을 빠져 나오면 다시 강과 먼 데 산들이 나타나는 어슷비슷하지만 소중한 길... 더욱이 조용한 평일인 데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시어 인적이 드문 그런 길이었다. 

     강~ 

     산, 산, 산! 

     터널, 터널, 터널...

     강을 감상하며 좀 걸었다 싶으면 또 터널...

     그 길은 100미터~ 400미터 남짓한 터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런 길이었다.

     하여, 더욱 더 오롯이 자신 속에 침몰되어, 자신을 돌아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였다...

 

     처음에 둥글게 휘어져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에 들어섰을 때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마구 뛰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느낄 법한 폐쇄공포증이었을 것이다.

     헌데, 끝이 안 보이던 터널이라도 계속 가다보면 반드시 끝은 있어, 결국 밝은 데로 나와 다시 강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두 번 그런 경험이 쌓이자, 나중에는 400미터 넘는 긴 터널이 나와도 원래 속도를 유지하며 평상심으로 걸을 수 있었다.

     심지어는 콘크리트와 천정 등만 보이는 터널에도 나름의 낭만이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 나중에는 터널 걷기를 즐기기까지 하였다.

   

     생각해보면, 터널은 한없이 고마운 존재다.

     많은 사람들의 지혜, 기술, 노력에 힘입어, 기차도, 자동차도, 사람도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산 아래 부분이 뚫리며, 이 길과 다음 길이 연결되는 곳이 터널이다.

     어디 그 뿐인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에는 도보 객, 자전거 객들에게 기나긴 그늘막이 되어줄 것이오, 비, 눈, 바람이 거센 날에는 잠시 그들의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하물며, 터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러 무삼하리오? 두 말 말고, 이 길을 꼭 한 번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신원역을 지나고 나서는, 남한강과 자전거 길 사이에 차도가 있는 길이 아닌 남한강 둔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둔치 길에는 공원처럼 너른 광장도 있었기에, 건너 편 산들과 넘실대는 강이 빚어내는 풍광이 너무도 멋졌다. 한강나루길(운길산 역~ 팔당 역)의 그 수묵화 같은 풍치에는 조금 못 미치더라도 또 다른 맛을 지닌 풍경화였다. 더욱이 길손이 그날, 그 지역쯤을 지날 때에는 잠시 비가 개더니, 강가 하늘이 얼마나 광활한지를 드러내주듯, 뭉게구름, 무슨 구름 등 온갖 구름이 하늘을 수놓았다. 

     또한, 비가 왔다, 날이 개었다를 반복하며 어느 순간에는 수량 풍부한 남한강 물빛이 환상적인 옥빛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강변길이 뚝 끊겼다. 

     하여, 도로 위로 올라가 자전거 이동 통로 표시가 있는 육교를 건너가 보니, 양서 초등학교 앞에 남한강 자전거 길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신원역에서부터 거기까지도 곧게 자전거 길로 걸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시 착각으로 그리 되었지만, 오히려 길손의 운인 길운이 있었는지, 툭 트인 남한강변 하나는 제대로 지척에서 '룰루랄라~' 즐겼구나 싶었다.    

 

 

 

     길을 걷는 것을 즐기는 자, 남한강 자전거 길로 오라.

     강변 풍광을 즐기는 자, 남한강 자전거 길로 오라.

 

     철교, 강, 산, 하늘, 비바람, 구름 그리고 터널-

     이 다양한 무엇들의 변주곡으로 하루를 시원하게 즐긴 날이었다.

     우산을 쓰고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은 비에 홈빡 젖어 축축했지만... 

     감내할 것을 감내하니, 즐기고픈 것을 즐길 수 있었다.   

 

 

 

 

 

 

 

환상적인 날씨의 변주곡이 계속되었던 그 날...

걷기 출발점에서 쳐다본 북한강 철교.

 

 

 

 

 

 

 

길 가에 핀 보랏빛 구절초.

비에 젖어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모습.

 

 

 

 

 

 

 

옛 중앙선 폐철로 구간 일부를 살려서

운치 있는 자전거 쉼터로 사용하고 있었다.

저 앞에 터널 입구가 보인다.

 

 

 

 

 

 

 

터널 구간.

이런 터널을 몇 개 통과하다 보면,

나름대로 터널의 미학을 터득하게 된다.

 

 

 

 

 

 

터널을 빠져나오며 밝은 세상을 만나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필연적으로 재회하고...

 

 

 

 

 

 

 

"상수원보호를위한무도장강교"

걷는 길 오른 편 긴 다리 옆에 붙여놓은 글씨.

띄어쓰기를 자율적으로 해보아도,

뒤의 어려운 명사가 뜻하는 바는 알 수 없다.

길 오른 편 풍경은 거의 이와 유사하였다.

다만, 전봇대와 전화선 등이 여러 줄 겹쳐 있어,

강변 풍경의 질을 좀 떨어뜨리는 곳이 적지 않게 있었다.

실용성과 미감을 다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원역 직전 길가 벽 위의

몽양 여 운형 선생 생가 및 기념관 안내 표시.

여러 색깔의 타일 조각을 붙여 만든 덕에,

길 안내 표시가 또 하나의 길거리 예술로 탄생하였다.

남한강길 걷기가 그날의 목적했던 바인지라,

여 운형 선생 생가 방문은 후일로 미루었다.  

 

 

 

 

 

 

둔치 길에서 본 옥빛 남한강.

하늘의 습기를 강물이 받아들이며 빚어낸 잠시 간의 황홀! 

 

 

 

 

 

 

 

짧은 나무 연결교에서 뒤돌아본 하늘.

흰 색, 회색, 하늘 색, 물 빛 등이 어우러진 찰나의 마법!

 

 

 

 

 

 

 

잠깐 비 개었을 때 뭉게구름이 하늘에 두둥실 떠있다.

 

 

 

 

 

 

 

 

국수역 거의 다 가서 만난 폐철로.

 길에 나서는 것을 즐기는 이들 만이 

이렇듯 앞으로 쭉 뻗은 길의 유혹을 알리라...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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