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는 분 누구나 다 드시라!"
위 사진은 오대산 지장암 마당 한 켠의 돌 차탁과 돌 의자입니다.
몇 년 전 오대산 월정사에서 장기간 묵을 때, 새벽 예불, 새벽 공양 끝나고 포행 나서던 길에 거의 매일 들렀던 곳입니다.
돌 의자 위의 짚방석 보이시나요?
누구나 원하는 이 푹신하고, 따스하게 앉으라고 비구니 스님들이 갖다 놓으신 것이지요.
절 스님들의 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처럼 멋진 야외 다실 바로 옆에, "오시는 분 누구나 다 드시라!"는 글과 함께 인스턴트 커피, 티 백, 설탕, 종이 컵, 차 숟가락에 뜨거운 물을 끓이고 있는 커다란 물 통까지 일체 세트로 다 갖춰 져 있었습니다.
우연히 그 곳에 들르는 나그네 누구나 다 음료 한 잔 마시며, 고요한 시간, 평화로운 시간 가질 수 있게 차려 놓으신 배려였습니다.
모르는 이의 눈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집 떠난 길손에게는 이 작은 정성이 다 따뜻한 선물이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게다가, 무슨 무슨 이름 있는 날에는 보시로 올라온 것인지, 스님들이 때 맞춰 직접 구색을 맞추어 놓으신 것이었는지 초콜릿, 사탕 등이 가득 들어 있는 작은 항아리가 바로 이 야외 찻상 옆에 놓여있기도 하였습니다.
여전히 "오시는 분 누구나 다 드시라."는 글 표 하나 잊지 않고 걸어 두시고는...
운 좋은 날에는 숲 속 어디선가 다람쥐 한 마리 '불쑥!' '폴∼짝!' 튀어 나와, '혼자 보기 아깝다...' 싶은 온갖 재롱을 부리다 가기도 하였습니다.
느지막이 이제야 그때 정말 고마웠다는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저의 마음이나마 받아 주십시오.
살구 꽃 같이 발그스레한 볼의 나이 어린 사미니 스님1)은 이제 강원 졸업하셨으리라 생각 됩니다.
지장전 소임을 깔끔하게 보시면서, 한결 같은 고요한 미소를 띠고서, 저에게 정말 친절하게 잘 대해 주셨었는데, 잠깐 한 눈 파는 사이 그 정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 같습니다.
우연처럼 골라 올린 작은 사진 한 장에 지나간 날들의 고운 추억들이 다~ 필연처럼 수면 위로 떠 오른 시간이었습니다.
도회지에서 메마르게 살던 사람에게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 주었던 오대산의 사람, 사찰, 물, 꽃, 바람, 공기, 비, 먹거리 그 모두에 감사드립니다.
모두 다~ 행복하십시다.
-수심修心
♣각주:
1)사미니沙彌尼 스님: 출가하여 십계를 받으면, 사미 스님(여성의 경우, 사미니)이 된다.
♣글 아래 사진 설명:
위 사진과 마찬가지로, 2008년 봄 오대산 지장암에서 찍은 사진.
지장전의 만자를 바라보며 활짝 미소짓는 흰색 불두화佛頭花.
♣참고:
작년 이맘 때 이 블로그를 처음 연 날에는 단 한 줄만 남겼었다.
블로그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 때였기에...
그리고는, 얼마 후 위 사진과 글을 첨부했었다.
그런데, <다음 블로그>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 번 올린 글을 나중에 수정하거나 덧붙이거나 하는 일을 몇 번 반복하면 각종 에러가 난다. 짐작에 아마도 태그 기능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허지만, 글 꼭지를 올린 후에라도 자신 글의 오타나 맞춤법 오류 등을 발견하게 되면, 또는 그 외 다른 것을 손보아야 할 경우가 생기면, 조심 조심 수정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내 경우에는 그런 일이 제법 많이 있다.
심지어, 초기에 올려놓은 글 꼭지 같은 경우는 한참 후에 일부 글자체가 바뀌어 있거나, 글자 크기가 부분적으로 변경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어, 별 도리 없이 재작업을 한다. 아! 왜일까? 일단 입력한 글자가 살아있는 물체도 아니건만...
어쨌거나...
오늘 이 글의 형식을 다시 손보는 작업을 하다가, 도저히 다른 방도가 없어, 원래의 한 줄만 남겨놓고 새 글로 올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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