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산의 맑은 아침 기운을 느끼며
홀로 참선하다
-서울 삼각산 금선사-
삼각산 금선사는 남녘 총림의 강원에서 현재 공부 중이신 한 스님 덕에 알게 되었다.
그 스님은 내가 2년 여 전 송광사에서 자원 봉사할 때 10대 중반의 애기 행자님이셨다. 헌데 앞서도 내게 몇 번 그런 일이 있었듯, 그때도 처음 예정과 달리 무려 백일이나 자원봉사하며 기도를 하게 되면서, 공양간 안의 같은 공간에서 울력했던 그 애기 행자님과는 결코 가볍다할 수 없는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었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나의 젊은 친구'라 여기고 있는 그 스님과 인연 있는 절인 데다, 집에서 나와 버스 두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이 금선사다.
하여, 지난 달 말에 마음을 내어 그 절에 다녀왔다.
금선사는 작은 절이라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가는 길은 쉽다.
우선 서울 종로 2가에 내려, 버스 정류장에서 구파발 쪽으로 가는 7212번 파랑색 버스를 갈아타고 이북 5도청에서 하차한다. 그리고는, 정류장에서 구기동 주택가 산비탈을 십 여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삼각산 금선사金仙寺에 당도한다.
헌데, 금선사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한 마디 밝히고자 한다.
위에 말한 버스 노선 곳곳에는 나의 유년기와 소년기의 삶이 짙게 배어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시내버스는 내게 고향 땅을 휘익~ 한 바퀴 둘러보는 관광버스나 다름없다.
뜬금없이 시골 어느 한적한 마을도 아닌 서울 한복판이 무슨 고향이냐고 반문할 사람에게는 이렇게 답할 밖에...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나, 돌을 앞두고 종로구 통의동으로 이사하여, 그 동네에서 스무 살 가까이 될 때까지 살았으니, 서울 한복판 그곳이 제 고향 땅 맞습니다."라고...
그래서 어쩌다가 라도 광화문, 내자동, 적선동, 효자동, 누상동 쪽으로 버스나 차를 타고 지나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며, 사방 곳곳을 훑어보게 된다.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도 더 빨리 변하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아마도 제일 변하지 않은 지역 중의 하나가 그곳일 터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게 상호라도 바뀌는 등 적지 않은 것이 변했고, 지금도 그곳은 변하고 있다.
누상동에서 좀 더 올라간 자하문 밖 역시 우리 어렸을 때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물놀이 가던 단골 놀이터 중의 하나였으니...
밟으면 터질 듯한 추억 덩어리가 요소요소에 묻혀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렇게 잠시나마 옛 추억 속에 빠졌다가 버스에서 내렸기에, 아마도 보통 때보다는 좀 더 훈훈한 마음으로 산길을 올랐을 것이다.
아침 일곱 시 경에 도착하여 인적이 드문 시간에 돌아본 금선사는 예상보다 훨씬 더 멋지고 수려한 경관을 간직한 정갈한 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우람하고 큰 바위들 사이사이의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사면에 여러 법당을 올려서, 빼어난 경치의 북한산(삼각산)과 경사면을 잘 살려 조경을 한 절이 놀랍도록 입체적이면서도 친밀한 만남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금선사 홈 페이지를 참조해보면, 금선사는 조선 왕조와 직접적이고도 강한 연관을 가진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얘긴 즉슨 이렇다.
조선 시대 정조 임금님은 왕위를 이을 후손이 없음을 걱정하셨단다.
그러던 끝에 도가 높으신 용파 스님을 만나시게 되었고, 용파 스님을 만나게 되자 정조는 태자 탄생을 비는 기도를 부탁하셨단다. 이에. 용파 스님은 농선 스님과 함께 왕의 후사를 기원하는 기도에 들어가시기로 결정하였는데, 용파 스님은 수락산 내원암에서, 농선 스님은 이곳 금선사 목정굴에서 각각 기도에 드셨단다.
헌데...
"용파 스님이 선정에 들어 살펴보니 왕자의 몸을 받아 태어날 만한 이가 농산 스님 밖에 없는지라 농산 스님께 왕자로 환생할 것을 아뢰니"(금선사 홈 페이지 글 그대로 인용), 농산 스님이 수락하셨단다. 그래서 농산 스님은 기도 중 좌탈 열반 하셨고(앉은 자세 그대로 열반에 드심), 그 길로 수빈 박씨의 태에 들어 왕자로 태어나셨단다.
스님들의 기도 끝에 태어난 왕실의 그 귀한 아기씨가 바로 훗날 순조 임금님이 되시는 것이다.
어찌 보면, 예전의 드라마 "전설 따라 삼천리"만큼이나 전설 속 얘기 같지만, 아직도 이 절에서 순조 탄신제를 올리고 있다고 하니... 사실임이 분명한 것을 미루어 알 수 있겠다.
농산 스님이 혼신을 다해 기도하셨다는 목정굴에서 참배한 후, 굴 내부의 돌층계를 따라 몇 계단 오르니, 바로 경내 마당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삼각산을 배경으로 단정하게 자리 잡은 범종각을 앞, 뒤에서 다 바라보았다. 큰 산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어 그런지, 좁은 자리도 좁은 느낌 없이 넉넉하게 쓰는 전각이었다.
그리고는, 경내의 오르락내리락하는 나무다리들을 지나, 108 돌층계를 걸어서 올랐다.
그곳이 대적광전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대적광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고요한 법당에서 백팔 배를 하고 난 후, 한 시간 정도 홀로 참선을 하였다.
들리는 것은 오직 삼각산 새 소리 뿐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침 새 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 속에 참선할 수 있어서 편안하고 좋았다.
오랜만에 나 자신으로 돌아갔다는 느낌도 들었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누리고 있음에도 감사했다.
잠시 간의 완벽한 평온을 누릴 수 있던 시간이었다.
참선을 마치고 나니 목이 말랐다.
하여 나는 법당을 나와서,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샘을 찾아보았다.
산 속 조그만 절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아름다운 무지개다리인 홍예교를 건너서 보니, 약수 샘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곁의 작은 바가지를 들어, 약수받이에 고인 물을 펐다. 바위틈에서 '똑! 똑!' 떨어지는 맑은 물이 고여 모인 샘의 물은 달디 달고 시원하였다.
약수 샘물로 목을 축이고 나서 주위를 바라보니, 절과 산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비록 사시 예불1) 시각을 착각하여 아쉽게도 예불에는 참석 못하였으나, 소중한 아침 시간을 좋게 보냈음은 틀림없었다.
참배를 마치고 절에서 나오다가 범종각 채 못 미친 지점, 우측 앞쪽에 기암괴석의 멋들어진 풍경이 보여 사진을 한 방 찍었다. 헌데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그것이 바로 자연석으로 모습이 만들어진 "삼매 부처님"이었다.
진작 그런 줄 알았으면, 제대로 각도 잡아서 찍어보았을 텐데...
"옳거니!"
'삼매 부처님' 2)도 제 각도에서 다시 한 번 뵐 겸, 예불도 드릴 겸, 겸사겸사 핑계 김에 다시 한 번 금선사에 가야할 듯싶다.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는 꽃피는 호시절에...
단아한 모습의 범종각 전경.
경내에 나무와 바위들이 빼곡하지만,
범종각은 이에 아랑곳없이 편안하게 자신의 터를 잡고 앉아 있다.
범종각 아래 기둥들 사이가 통로로도 쓰인다.
뒤로 안개 낀 북한산이 보인다.
경내에서 본 범종각 뒷모습.
낮은 기와 담 사이로 보이는 뒷모습은 앞모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대적광전 앞뜰과 예사롭지 않은 모습의 바위 봉우리.
앞뜰 바닥에 디귿 자 테두리를 두르는 모양새의 기와는
다름 아닌 아래쪽 건물, 미타전 겸 연화당의 지붕이다.
문이 활짝 열린 대적광전에서 내다본 앞뜰.
앞 쪽 아래에 지어진 법당들 사이의 뜰에서 솟아오른
200년 된 소나무도 보인다.
금선사 약수샘.
오랜 세월 한 곳으로 떨어진 약수물이 바위에 낸 것으로 보이는
약수받이 샘의 모습.
108 돌층계를 다 올라와서 대적광전으로 들어가기 직전...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절을 지었기에,
법당들과 건물들 사이를 오가려면 지날 수밖에 없는 나무 계단들.
어쩌면,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해야 경내를 다닐 수 있어서
더욱 독특한 경관이 만들어 진 것 같다.
예전에 농산 스님이 기도하셨다는 목정굴木精窟 입구 표지석.
절에 오를 때는 목정굴이 먼저 나와서,
굴로 들어가 절 안으로 올라갔다.
따라서, 들어갈 때는 볼 수 없었던 금선사 현판을
절에서 나오면서야 보게 되었다.
절을 내려오면서 열시 반 예불 시작 목탁 소리를 들었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저 위쪽에 금선사 일부가 살짝 보인다.
-수심修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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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사시 예불 巳時 禮佛: 사시巳時는 오전 9시~11시를 말하는데, 절에서는 보통 9시 반 혹은 10시에 사시 예불을 시작한다.
2)정진 중 삼매三昧에 드신 부처님.
♣제목 위 사진 설명:
무지개다리인 홍예교 위에 시옷 자로 멋지게 드리워진 소나무 가지.
다리 왼쪽에 삼법인三法印 표시가 있다.
수려한 홍예교를 지나, 사진 왼 쪽의 돌계단 몇 단을 오르면, 산 아래 바위틈에서 약수 샘물이 '똑! 똑!'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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