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기

현실을 벗어난 구름 위 세상 같았던 도봉산 망월사 참배

수심修心 2014. 4. 8. 16:09

 

 

 

 

 

 

 

 

 

현실을 벗어난 구름 위 세상 같았던

도봉산 망월사 참배


 

 

 

 

      2007년 화계사 국제선원 동안거 해제 며칠 전...

     동안거에 첫 날부터 참여했던 스님들이나 일부 도반들에게는 기나긴 안거의 거의 끝 무렵이었다.

     음력으로는 설날이 지난 지 보름이 채 안 되었지만, 양력으로는 바로 다음 날이 삼월 첫 날.

     적절한 시점에 안거를 마무리하는 산사 참배가 있었다.

     목적지는 서울 수유리 북한산 화계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의 도봉산 망월사!   

     

   

     <위키 백과>에 의하면, 망월사는 신라 선덕善德 여왕 재위 시인  639년에 신라 왕실을 위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사전에서 설명하는 사찰 이름의 유래 중 하나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왜냐하면, 여왕이 계시는 남쪽의 경주 월성月城을 바라보고 있는(望) 절이라는 뜻으로 望月寺라고 지었다고 하기에... 감성적인 내용의 시적인 표현임과 동시에 걸출한 인물인 여왕에 대한 충심이 엿보이는 절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때로 상당히 고단한 시절을 겪었던 한반도 역사 탓에, 이 땅의 수많은 절들과 매한가지로 망월사 현 건물 역시 현대에 들어와 다시 지은 것이라 한다.

 

 

     그도 다른 날들과 다름없이 새벽 예불 등의 수행을 다 마친 후, 우리는 7시에 절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국제선원 원주 소임을 보고 계시던 폴란드 비구니 관미 스님이 바쁜 일과 시간을 쪼개어 절 봉고차로 우리 모두를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고 가셨다.

     참배 일행은 총 12명이었다.

     스님 중에서는 리투아니아 출신이신 입승 보행 스님만이 인솔자 자격으로 우리와 동행해 주셨고, 20대 한국인 애기 보살님 몇 명과 미국, 캐나다 국적의 거사님 등이 같이 갔다. 매일 똑같은 일과표에 따라 살던 우리는 안거 중 모처럼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기회라, 다양한 나이대와 상관없이 마치 소풍 가는 유치원생들처럼 조금씩 들떠 있었다.   

 

     전철 1호선에 올라 망월사 역까지의 몇 정거장을 가는 동안, 목적지에 대한 우리 도반들의 기대감은 더욱 더 상승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철 차창 밖으로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는 도봉산의 실루엣이 우리의 넋을 빼앗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외국 도반들 역시, 단지 수도권 전철에 올라탔을 뿐인데 그렇게 뛰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감탄해 마지않았다

 

     산 입구에서 망월사까지는 별로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등산 코스도 비교적 평이했다.

     겨울 끝자락이었지만 날씨가 좋았던 데다, 평일이라 등반 객이 별로 없어, 거의 우리끼리 도봉산을 다 차지한 양 조용하게 상쾌하게 걸을 수 있었다. 

     맡으신 소임 등 볼 일이 있으셔서 우리와 동행하지 않으셨던 현각 스님이 나중에 표현하신 대로 도봉산에서는 왠지 티베트 느낌이 많이 났다. 거대한 암봉이 워낙 많아서였을 것인데... 갈데없는 서울 토박이인 나조차도 어디 먼 외국에 온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였으니... 

     서남아시아 어디쯤인 듯, 이국적 느낌을 물씬 풍기는 산- 망월사로 오르는 길의 도봉산은 그런 산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 오래 살았던 나는 아마도 그전에 몇 번이라도 도봉산에 가기는 갔었을 터인데... 

     어쨌거나 기억은 잘 나질 않아, '이런 멋진 산이 서울에 있었단 말인가?' 내심 많이 놀라면서 오른 산이었다.

 

     웅장하고, 깨끗하고, 고요한 산.

     엄청난 바위들, 돌길, 바위 위 낙락장송 등...

     도반들 모두 입 모아 대단히 아름다운 산이라고 하였다. 

     또한,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빼어난 경치라고도 하였다.

 

 

     망월사에 도착하자, 주지 구전九典 스님이 우리 모두를 차담에 초대해 주셨다.

     입승 보행스님을 통해 우리가 국제선원 안거를 나고 있는 대중들이라는 설명을 들으시고는, 워낙도 성격이 좋아 보이시는 구전 스님이 우리를 더욱 융숭히 대접해 주셨다.

     방안에 빙 둘러앉아, 스님이 직접 타주시는 지리산 차와 혀에 살살 녹도록 맛난 쑥 인절미를 앞에 놓고 먹으며, 우리는 주지 스님이 들려주시는 망월사 얘기 등을  주의 깊게 들었다. 사전 설명 없이 모르고 보아도 다국적 단체(?)임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우리의 얼굴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시던 스님은 우리 중 몇에게 이런 저런 질문들을 던지기도 하셨다. 

 

     주지 스님과의 차담을 마치고는 다 같이 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러는 동안 예불 시간이 되어 사시 예불에도 참석하였다.

     예불 후에는, 황송하게도 우리만을 위해 절에서 따로 차려주신 점심 공양 상을 받았다.

     미역 수제비, 배 오이 무침, 물미역 무침, 전 몇 가지 등 산사에서 맛볼 수 있는 산사 특유의 음식, 소박하지만 달콤새콤한 점심을 감사히 잘 먹었다. 더욱이, 차가 올라오지 못하는 곳이라, 주식인 쌀을 위시하여 크고 작은 모든 먹거리 재료를 사람의 수고로 져 올렸을 것이기에, 공양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배로 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예절바른 절에서 온 불자들답게(!) 우리 모두는 상을 차려주신 공양간 보살님들에게 다 같이 공손히 합장 반배하여 그 고마움을 전하였다.       

 

 

     망월사에서의 모든 것이 다 좋았다.

     하지만, 숨이 멎을 정도로 좋았던 한 곳!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아니 하였다.

     바로, 오전 중에 잠시 포행하며 올라갔던 천중선원 내부의 안뜰과 그 앞 쪽 산!

     우리를 안내해주시던 스님 한 분의 설명에 의하면, 천중선원과 그 앞뜰은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어 있지 않단다. 다만, 우리는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안거 중인 대중들이기에, 특별히 선원 공간인 앞뜰을 거쳐 그 앞의 봉우리로 올라갈 수 있도록 울타리를 열어주신다고 하였다.

      때문에, 우리는 선원 안에서 정진 중이신 스님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숨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그 앞을 통과하였다.

  

     경내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법당 앞(영산전이었던 듯...).

     거기서 조금의 거리를 두고 내려다본 천중선원天中禪院은 이름 그대로 하늘 가운데 있을 법한 선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 하늘, 구름 위 어딘 가에나 있을 것 같은 맑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선원!

     마침 옆에 캐나다인 도반인 숀Shawn이 서 있어, 발아래 너르게 펼쳐져 있는 숲 그리고 천중선원을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

     중년의 숀은 내게 말했다. 이런 곳에서 스님이 되고프다고...

     숀은 망월사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몇 번이나 내게 망월사의 대단한 땅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사실, 그전에 화계사 다각실에서 차를 마시며 잠깐씩 들었던 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그의 삶은 결코 평범한 삶이 아니었다.  

     숀은 예전에 캐나다에서 살 때, 영화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의 일원으로 일했었다.

     헌데 뜻한 바 있어 현업을 다 접은 후, 훌쩍 태국으로 날아가서 스님으로 출가하여 수행했던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몇 년 간  태국의 오지 산 등에서 스님으로 행복한 출가 생활을 하던 그에게 얘기치 않은 병마가 찾아왔다. 하여, 도리 없이 그토록 간절했던 수행조차 포기하고 히말라야로 갔단다. 그러나, 설산 히말라야의 엄청난 추위 속에 장비도 변변히 갖추지 않은 채 비박한 탓에, 병이 낫기는커녕 더욱 위중해져, 백혈구 수치가 0에 가깝게 떨어지는 등 사경을 헤맸다고 한다.

     이후, 어찌어찌하여 고향 캐나다로 돌아간 그는 이런저런 치료로 위급 상황을 벗어나자, 다시금 출가를 꿈꾸게 되었고, 이번에는 태국이 아닌 한국으로 온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제선원에서 우리와 함께 동안거를 끝낸 숀은 결국 한반도 남쪽의 한 선원으로 가서 조계종 스님이 되었다.... 

     어쨌든, 심중에 그런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망월사 참배 때도 그림 같은 천중선원 모습과 주위 풍경을 눈여겨보았을 터이다. 그래서 또한, 동반한 도반들 그 누구보다도 더 도봉산 높은 곳의 놀라운 선경에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우 중 많은 사람의 마음을 훔쳤던 망월사를 뒤에 두고 하산하는 길... 

     경치 좋고, 인심 좋고, 산의 기운도 맑고 좋은 절에서 몇 시간을 고요히 지낼 수 있었음에 우리 모두는 뿌듯하였다.

     전철을 타고 수유리 화계사 아랫마을로 돌아오니, 이미 봄이 이만큼 와있는 듯 햇살이 동네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수심修心-  

 

 

 

 

 

 

 

 

 ♣사진 설명:

  서울 남산, 목멱산木覓山에 봄이 와,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며칠 전 산책길에 찍은 것이다.

  이 지점에 당도하자, 멀리 시가지 건물들이 아스라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개나리, 벚꽃이 만개한 어느 먼 곳 산간 지방처럼 느껴졌었다.

  대도시는커녕, 구름 속 세상만 같았다.

 

  안거 중의 일정이었던 망월사 참배 시에는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남산 꽃산의 사진이 이 글에 올려진 이유를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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